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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짜리 감독 말을 누가 들을까...에인절스의 감독 선임이 논란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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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짜리 감독의 말을 누가 들을까?

    LA에인절스는 지난 23일(한국시간) 구단 특별 보좌 역할로 있던 커트 스즈키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알버트 푸홀스, 토리 헌터 등 거물급 레전드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결국 에인절스의 최종 선택은 현역 시절 포수로 꾸준히 활약했으며 프런트에서 경험을 쌓은 스즈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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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이 스즈키 신임 감독에게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 William Liang-Imagn Images=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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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수 출신이며 은퇴 후 코치 경력은 없지만 프런트로서 구단 운영을 도왔다는 점에서 스즈키는 최소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포수 출신 중에는 성공한 감독들이 많다.

    문제는 계약이다. ‘디 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스즈키 감독의 계약이 1년 계약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보통 감독의 경우 아무리 초보 감독이라 하더라도 다년 계약을 맺는 것이 관례다. 레임덕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잘릴 때 잘리더라도 ‘내년에도 있을 사람’이라는 인식을 선수들에게 심어줘야 선수들이 감독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처음부터 대놓고 초보 감독에게 1년짜리 계약을 안겨줬음을 인정한 것.

    감독이 1년 계약으로 팀에 합류하는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스티 베이커는 지난 2020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는 사인 스캔들로 갑작스럽게 A.J. 힌치 감독이 물러난 상황에서 팀을 수습하기 위한 성격의 감독 영입이었다. 그리고 베이커는 계약 기간에 얽매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검증된 베테랑 감독이었다. 스즈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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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 감독 스즈키는 시작부터 레임덕에 휩싸일 위기에 놓였다. 사진= William Liang-Imagn Images=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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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킵 슈마커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4년, 심지어 메이저리그 코치 경력이 전무한 토니 바이텔로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3년 계약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비교된다.

    에인절스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첫 번째는 미나시안 단장과 계약 만료 시기를 맞춘 것이다. 2026시즌도 절망적인 상황이 되풀이될 경우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숙청’할 수 있다. 미나시안은 “그는 나와 함께 엮여 있다”며 둘이 운명 공동체임을 인정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2027년 있을지도 모를 직장폐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디 애슽레틱은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가 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즌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이 한 시즌 만에 감독 한 명 바꿨다고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다. 스즈키는 결국 1년 뒤 미나시안 단장과 함께 제물로 바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운명을 덤덤하게 받아들인 모습. 그는 부임 기자회견에서 “내 커리어 마지막 6년은 모두 1년 계약이었다. 나는 그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여기에 있고 싶고, 이 자리를 원한다. 내 커리어에 걸쳐 매 시즌 계속해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전혀 무섭지 않다. 그저 나를 더 나아지도록 힘을 불어넣을 뿐”이라며 쉽지 않은 도전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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