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이 미국 무대에 완벽히 적응했다. 단 82일 만에 리그 역사를 새로 쓰며,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MLS(메이저리그 사커)에서도 ‘올해의 골’을 수상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MLS 사무국은 2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 AT&T MLS 올해의 골(Goal of the Year) 수상자는 손흥민”이라 발표했다. 손흥민의 작품은 지난 8월 23일 FC 댈러스전에서 터진 환상적인 프리킥이었다. 전반 6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그는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을 골문 왼쪽 상단 구석에 꽂아 넣었다. 상대 골키퍼는 손끝 하나 대보지 못한 채 공이 그물을 출렁이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MLS 데뷔 3경기 만에 나온 골이었다. 팬들은 이 한 방으로 손흥민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팬 투표로 진행된 올해의 골 경쟁에서도 손흥민은 43.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리오넬 메시(22.5%)를 크게 앞섰다. MLS 공식 채널은 “손흥민의 프리킥은 예술 그 자체였다”며 당시 장면을 ‘이주의 골’로 선정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은 손흥민의 MLS 첫 공식 타이틀이다. 미국 무대에서도 여전히 세계 정상급 공격수임을 입증한 셈이다. MLS는 “손흥민의 프리킥은 역사적인 순간이며 한국 축구의 자부심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의 MLS 이적은 8월 초부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는 2200만 유로(약 367억 원)의 이적료로 LAFC에 합류했는데, 이는 MLS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10년간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한 공격수의 미국행은 그 자체로 ‘이벤트’였다.

LAFC 팬들의 기대는 컸지만, 손흥민은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적응력을 보여줬다. MLS 입성 두 달 만에 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LAFC 구단은 “손흥민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팀의 상징이자 리그의 얼굴로 성장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의 빠른 적응은 경기력뿐 아니라 팀 전체 분위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합류 직후부터 그는 리더십과 헌신적인 플레이로 라커룸 분위기를 안정시켰고, 공격 전개 중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의 활약 속에 LAFC는 서부 콘퍼런스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손흥민은 MLS 정규리그 10경기에서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1.2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이 수치는 리그 톱클래스 수준으로, 단기간에 리그 흐름을 바꿔놓은 결과였다. 특히 ‘올해의 골’로 선정된 프리킥은 단순한 한 장면이 아니라, MLS가 손흥민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와 MLS 두 리그에서 모두 ‘올해의 골’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는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아시아 축구사에도 새로운 이정표로 남는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MLS 올해의 골 트로피를 품으며, 그의 위상은 잉글랜드와 한국을 넘어 미국 축구 역사 속에도 각인됐다.

비록 MLS 신인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으나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즌 중반 합류로 인해 누적 경기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이 불과 82일 만에 MLS 전체를 뒤흔든 영향력은 이미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 손흥민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준비한다. LAFC는 오는 30일 오전 11시 30분, 서부 6위 오스틴FC와 3전 2승제 맞대결로 ‘가을 축구’에 돌입한다. 손흥민은 이미 팀의 핵심 공격 옵션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팬들은 그가 또 한 번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잉글랜드에서, 그리고 이제 미국에서까지, 손흥민은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의 프리킥 한 방은 단순한 골이 아니라, MLS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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