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이 떠난 뒤 토트넘 홋스퍼의 위상이 경기력뿐 아니라 구단 운영 전반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토트넘이 구단의 자존심과도 같았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티켓을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스타 부재와 흥행 부진, 그리고 손흥민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상실이 토트넘의 현실적 문제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영국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는 6일(한국시간) "토트넘이 다가오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티켓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최근 홈에서 열린 두 차례 유럽 대항전에서 수천 개의 빈 좌석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고, 관중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가격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당초 도르트문트전을 구단의 티켓 가격 분류 중 가장 비싼 '카테고리 A' 경기로 지정해, 좌석 가격을 77파운드(약 14만 6000원)부터 최대 94파운드(약 17만 8000원)까지 책정했다.
하지만 구단은 이 경기를 한 단계 아래인 '카테고리 B'로 재분류해, 58~70파운드(약 11만~13만2700원) 수준으로 인하했다.
이는 약 20파운드(3만8000원) 정도 내린 금액으로, 사실상 손흥민 시대 이후 처음 있는 사례다.
매체는 "토트넘은 최근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상단 좌석이 대규모로 비는 사태를 경험했다. 지난 코펜하겐전에는 공식 관중 49565명만 입장했으며, 이는 구단의 최대 수용 인원인 62850명 대비 80%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고 지적했다.
코펜하겐전만이 관중 수 부족 사태를 겪은 것이 아니라 더욱 큰 문제다. 시즌 초 비야레알전에서도 수천 석이 비며 논란이 일었고, 카라바오컵 돈캐스터전 관중은 42473명으로 그쳤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경기 일정이나 대결 상대가 약팀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 손흥민 이적 이후 구단이 가진 매력 자체가 약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최근 "토트넘 공식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손흥민의 이적 이후 매출이 지난 시즌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직원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지금 매출은 정말 좋지 않다. 인기가 가장 높았던 손흥민이 떠난 뒤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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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과거 손흥민이라는 상징적인 스타를 통해 경기장 흥행과 상품 판매, 아시아 시장 확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구단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해리 케인이 나간 뒤에도 손흥민 덕분에 토트넘 구단은 브랜드 파워를 유지했지만, 지난 여름을 기점으로 이제는 팀에 상징적인 존재가 모두 팀을 떠나면서 그 마케팅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는 관중 감소로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손흥민이 팀에 있던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홈경기 최저 관중은 약 5만 2000명이었지만,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5만 명을 밑도는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손흥민이 떠난 이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는 한국과 아시아 팬들의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는 분석도 전해진 바 있다.
과거 경기마다 볼 수 있었던 손흥민의 이름과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태극기 물결은 사라졌고, 경기 전후 구단 스토어를 찾던 동양권 관광객들의 발길도 현저히 줄었다.
대신 손흥민의 새 팀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경기장으로 한국 축구 팬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캐나다 'CBC스포츠'의 벤 스타이너 기자는 6일 SNS를 통해 "밴쿠버와 LAFC의 플레이오프 경기 티켓이 매진 임박 상태"라고 밝혔다.
이 경기는 손흥민이 이적 후 처음으로 밴쿠버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홈구장 BC플레이스(약 5만4000석)가 전석 매진될 경우 손흥민의 글로벌 티켓 파워가 다시 한번 입증될 전망이다.
관중 수 만이 손흥민 효과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LAFC 합류 이후 72시간 동안 그가 미국 내 모든 스포츠 선수 중 유니폼 판매 1위를 기록, 지난 시즌 MLS 상품 판매 부문에서 리오넬 메시 다음으로 많은 판매량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LAFC는 현재 포브스에 따르면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842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 돼 북미 1위, 세계 축구 15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인터 마이애미(12억 달러)를 제쳤다.
이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11억 2500만 달러), 뉴캐슬 유나이티드(11억 달러), 애스턴 빌라(9억 달러) 등 몇몇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구단보다 더 높은 평가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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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트넘 내부에서는 손흥민이 주장으로 있을 때와 비교해 선수단 분위기마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는 지난 첼시전 이후 일부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를 무시한 채 터널로 직행한 장면을 언급하며 "이는 단순히 경기력 문제를 넘어, 팀 내 질서와 리더십 부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더했다.
손흥민이 떠난 뒤의 토트넘은 경기장 안팎에서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손흥민이 떠난 뒤 토트넘은 단순한 공격수 한 명의 공백이 아니라, 구단 전체의 정체성과 글로벌 흥행력을 함께 잃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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