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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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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또 연극해요”…자정 다 돼 故 이순재 빈소 떠난 ‘꽃할배’ 박근형·짐꾼 이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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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할배’ 박근형·백일섭·TBC 인연 장용

    ‘단골 부부’ 손숙·엑소 수호 찬열·샤이니 민호

    “곧 갈테니, 하늘나라서 같이 연극해요”

    헤럴드경제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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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저도 곧 갈테니, 거기서 또 연극해요.” (배우 손숙)

    “선생님의 품격과 울림,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배우 박해미)

    “너무나 큰 스승이셨다. 만나뵐 때마다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최병서)

    고인과 ‘꽃보다 할배’를 함께 한 든든한 셋째 박근형은 ‘큰 형님’의 마지막 길을 오랜 시간 배웅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인연을 맺었고 유럽, 대만, 그리스로 함께 여행을 떠나 쌓아온 추억도 많았다는 그는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빈소를 나섰다. 그가 일어서자, 후배 배우들도 뒤를 따랐다.

    ‘참어른’ 이순재의 모습을 세상에 알려준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 나영석 PD, 김우정 김대주 작가를 비롯해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로 함께 한 박소담, 고인의 마지막 무대 파트너였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민호 카이 이상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출연 중인 정성훈까지…. 누구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오래도록 한 자리에 머물다 빈소가 닫을 시간이 다돼서야 발길을 돌렸다.

    25일 고(故)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인과 인연을 맺은 동료들의 걸음이 이어졌다. 황망한 이별에 비통해하다가도 저마다의 일화로 기억을 공유하며 인자한 미소로 내려다보는 고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였다.

    80대 대배우에게 ‘야동순재’라는 별칭을 안겨준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인연을 맺은 정보석 정준하, ‘꽃보다 할배’로 함께 한 백일섭, 부자 관계로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 유동근, 배우 정준호, 엑소 수호 찬열, 배우 조정석 서예지 이본 등 늦은 시간에도 조문객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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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故 이순재 추모 공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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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2시가 다 될 무렵 빈소에서 일어난 개그맨 정준하는 “찾아뵙겠다는 생각만 하다 비보를 접하게 돼 너무나 황망하고 괴롭다”며 고개를 숙였다.

    ‘꽃보다 할배’의 막내동생 백일섭은 “(아침에 소식을 듣고는) 안 믿었다. 아직 돌아가실 정도는 아니었는데...조금 더 사셔야 하는데 그냥 가버렸다”며 “우리끼리 ‘95살까지만 연기합시다, 그때까지 나도 같이 살 테니까’ 했는데 약속 못지키고 가셨잖아. 거기 가면 고스톱 칠 사람도 있을 거고, 편하게 가세요”라며 애통해했다.

    배우 정동환은 “너무 갑작스러워 놀랐는데 걱정 안해도 될 정도로 쏟을 만큼 쏟고 가셨다”며 “안타깝긴 하지만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신이 뿌린 열정을 후배들이 받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정동환이 연극 무대에 설 때마다 응원하고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연극 무대로 호흡을 맞춰온 배우 손숙은 “말년에 하도 부부를 많이 해서 사람들이 부부인 줄 알았다”며 “일 년 가까이 고생 많이 하셨다. 저도 곧 갈테니 거기서 보자”고 했다.

    일찌감치 빈소를 찾았던 김학철도 밤 11시가 다 돼서야 발길을 돌렸다. 고인과 드라마 ‘야인시대’, ‘꿈의 궁전’, ‘장희빈’을 함께 했다는 그는 “늘 버팀목이었다”며 “최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격려해 주시고 즐거워했다. 하늘나라에서 뵈면 멋진 연극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55년 TBC 시절부터 고인과 인연을 맺은 장용은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늘 가까이 지냈던 분”이라며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행복하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떤 때는 멘토이자 로망이셨다. 대단하신 어른이자 선배님”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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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이순재 빈소에 놓인 화환들/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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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소엔 각계각층 인사와 연예계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전유성 선배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거장이 한꺼번에 우리 곁을 떠나시니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한구석이 휑한 것과 똑같다”며 “대중문화 예술인의 위상을 굉장히 높이신 분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라고 애도했다.

    가수 이용은 “100살까지 사실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분야는 다르지만 제가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길이 바로 이순재 선생님이 걷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이용과 고인은 1981년 방송된 KBS1 드라마 ‘엄마의 일기’를 통해 부자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대사를 잊었더니 ‘진짜 아버지라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진짜 아버지 같으셨다”며 “편찮으시다고 해서 뵈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버리셨다.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삼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온 국민이 저와 함께 이 진정한 연기인, 진정한 국민 배우를 보내드리는 길에 함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이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는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정치를 하시면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을 자주 만나고 중간에 서서 (여야와) 부드럽게 지냈다”며 “세상의 일은 잊어버리시고 저세상에서 좋은 연기자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겠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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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의 이순재 [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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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에서도 고인과 오랜 인연을 맺은 동료, 후배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배철수 김혜수 정보석이 애틋한 마음을 적었고, 고인이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임하던 시절 제자인 유연석도 스승을 향한 마음을 남겼다. 연극 ‘리어왕’과 ‘갈매기’로 인연을 맺은 소유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순재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며 “진정한 어른이자 존경하는 스승님의 따뜻한 가르침들 함께했던 시간들 하나하나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마음 깊이 애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평안을 기도합니다”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 이연희도 “선생님 그곳에서는 편안히 쉬세요”라며 “선생님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제게 큰 영광이었어요. 잊지 못할 거예요. 영원한 배우 이순재 선생님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마지막 연극 작품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제작사 파크컴퍼니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언제나 무대를 향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신 선생님은 무대의 소중함과 연극이 지닌 숭고함을 몸소 보여주셨다”며 “선생님은 연극과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셨던 분이다. 그 사랑과 헌신을 기억하며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을 큰 영광으로 간직하겠다. 선생님의 유산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정부는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했다. 최 장관은 “연극, 영화, 방송을 아우르며 칠십 년의 세월 동안 늘 우리 국민과 함께하며 울고 웃으셨다”며 “선생님이 남기신 발자취는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선생님, 우리 모두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는 KBS 본관과 별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30일까지 누구나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27일 발인식에 맞춰 KBS 별관에서 별도의 영결식을 치르는 방안도 유족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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