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나 블라디보스토크 주립대 정보·창의 기술 전문대학 부학장
4번의 교환학생 경험, 고려인 청년의 꿈…"한국 대학과 교환학생 확대가 목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포즈 취한 정안나 부학장 |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러시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제 뿌리는 한국에 있습니다. 이번 모국 방문은 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교육 교류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더욱 확고히 해줬습니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이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가 주관한 '차세대 동포 청년 모국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안나(27)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립대 정보·창의기술 전문대학 부학장은 "한국과의 교육 협력 확대가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정 부학장은 K-팝 열풍에 영향을 받아 2014년부터 5년간 블라디보스토크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모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성균관대, 경북대, 서울여대 등에서 네 차례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의 차세대 동포 청소년 모국 연수에도 적극 참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재 살펴보는 정안나 부학장 |
서울여대 교환학생 시절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 2019년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했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세계청년학생축전 등 여러 대형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특히, 2020년부터 3년간 주블라디보스토크 대한민국총영사관 명예 기자로 활동하며 한국문화를 러시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쌓은 한국어 실력은 그에게 큰 힘이자 경쟁력이 됐다. 한국인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설립한 건설회사에 취업해 부대표 자리까지 올랐고, 2022년 블라디보스토크 주립대 산하에 전문대학이 설립됐을 때 참여했다.
개교 당시 190명이었던 학생 수를 불과 4년 만에 1천500명 이상으로 늘리는 성과를 거두며 지난해 1월 부학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러시아 청년 가운데 보기 드문 '한·러 교육 교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25년 차세대동포 청년 5차 모국 초청연수 개회식 |
정 부학장은 대학에서 마케팅을 강의하며, 홍보대사팀·미디어팀을 이끄는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그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러시아 전문대 학생을 위한 한국 교류 프로그램 신설'이다. "현재 한국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학사·석사 과정 학생들에게만 열려 있어요. 전문대 학생들은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 늘 아쉬웠죠. 그래서 한국 전문대 및 대학들과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요."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한국문화원장과 만나 한국 대학과의 구체적인 학생 교류 가능성을 논의했다. 온라인 수업, 양국 학생 공동 프로젝트, 교수 교류까지 포함된 '복합형 플랫폼 구축'이 목표다.
"러시아 학생들은 IT·경영·창의 융합 분야에 큰 관심이 있어요.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교육 파트너입니다."
2019년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한 정안나(왼쪽서 6번째) |
또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대학 내 무료 한국어 학습 공간 '토나리'를 운영하며 교재 지원 등 한국 측 협력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부학장은 "한국 기업들은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력이 넘친다"며 이러한 혁신 환경이 러시아 청년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모국 방문을 "정체성의 재확인"이라며 "한국에 올 때마다 제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여전히 어렵지만, 모국의 풍경, 사람들, 문화는 늘 자신을 끌어당긴다고 했다.
정 부학장은 이번 모국 방문 프로그램에서 고려인 선배들의 교육과 창업 강연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며 "문화 체험 중심의 기존 캠프와 달리 실질적인 진로와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고,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교환학생 시절 K-팝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한 정안나(왼쪽서 3번째) 부학장 |
그는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려인으로서 성장한 데에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매우 컸다"면서
전공 분야는 국제관계·교육정책·문화교류 등에서 고민 중이며, 한국의 교육혁신 모델을 러시아에 접목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국 방문은 정체성에 대한 어떤 혼란도 넘어서는 자부심을 더 크게 만든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한국 유학·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블라디보스토크 청년들에게 적극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나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많은 학생이 한국 기업 문화, IT 산업, 스타트업 환경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온 한국어 능력, 네트워크, 교육 경력을 활용해 양국 청년들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교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는 재외동포청과 재외동포협력센터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미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며 재외동포로서 한국의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저에게 두 번째 고향과 같아요. 앞으로도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교육·문화의 다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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