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42·사진)는 9년 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2016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타율 0.376·31홈런·144타점으로 맹활약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런데 그해 그가 받은 황금빛 장갑에는 ‘삼성’이 아닌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새겨졌다. 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와 계약한 뒤 시상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올해 팀 이름만 반대로 바꿔 똑같은 진풍경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오는 9일 오후 5시40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 10명에게 황금빛 장갑을 준다. 최형우는 지난해 지명타자 부문을 받아 역대 최고령(40세 11개월 27일) 수상 기록을 썼다. 올해 같은 부문에서 그 기록을 1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지명타자 부문 후보는 최형우와 강백호(26·한화 이글스) 단 2명이다. 최형우는 올해 KIA 소속으로 타율 0.307·24홈런·86타점을 기록했다. KIA에 유일한 골든글러브를 안겨줄 수 있는 후보였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3일 옛 소속팀 삼성과 FA 계약을 했다. 이제 최형우가 받는 골든글러브는 삼성 구단 기록으로 남는다. 9년 전 반대 상황으로 수상자 한 명을 잃었던 삼성이 이번엔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골든글러브는 ‘시상식 당일 소속팀’을 수상자 표기 기준으로 삼는다. 이 규정이 정해진 건 1993년이다. 그해 OB(현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김광림과 해태(현 KIA) 간판 타자 한대화가 시즌 종료 후 각각 쌍방울 레이더스와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됐다. 12월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김광림은 생애 첫 황금장갑을 받았고, 한대화는 7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다만 김광림의 소속팀은 OB가 아닌 쌍방울, 한대화의 소속팀은 해태가 아닌 LG였다.
소속팀 표기는 KBO 연감에 역사로 남는 것은 물론 골든글러브 관련 각종 기록 집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 벌어진 상황을 두고 당시 갑론을박이 일었다. 결국 “팀을 옮긴 선수 이름 앞에 다시 전 소속팀을 표기하는 게 더 이상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 현재 방침으로 굳어졌다. 가장 최근 사례는 두산 양의지다. 그는 2022년 NC 다이노스에서 뛰고 11월 두산으로 이적한 뒤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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