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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기적의 승격' 이끈 이영민 감독, 그 다운 소감 "축구 인생 최고의 날인데, 덤덤하네요"[현장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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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금껏 축구하며 최고의 날, 그런데 덤덤하다."

    이영민 부천FC 감독의 감격이었다. 부천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부천은 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 2025'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대2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부천은 1, 2차전 합계 4대2로 완승, 창단 후 첫 K리그1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부천은 2022년 대전하나시티즌에 이어 3년 만에 승강 PO에서 승리한 K리그2 팀이 됐다. 반면 수원FC는 5시즌 만에 K리그2로 강등되는 아픔을 맛봤다. 수원FC가 강등되고, 수원 삼성이 승격에 실패하며 다음 시즌 K리그1에 수원 연고의 팀은 사라지게 됐다.

    무승부만 거둬도 승격이 가능했지만, 이 감독은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승리를 외치며 외국인 트리오를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 15분 부천이 첫 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주인공은 '1차전의 영웅' 바사니였다. 1차전에서 환상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든 바사니는 이번에는 오른발로 마법을 부렸다. 오른쪽에서 인터셉트에 성공한 바사니는 특유의 부드러운 드리블링으로 수원FC 수비 4명을 따돌렸다. 이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FC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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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를 탄 부천은 9분 뒤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오른쪽이었다. 공격에 가담한 김규민이 돌파하며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이 볼은 황재윤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빠지며 그대로 골라인을 넘었다. 부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시작 9초만에 바사니의 패스를 받은 갈레고가 왼발로 마무리했다. 이 골로 경기는 사실상 끝이었다. 부천은 37분 최치웅, 추가시간 싸박에게 두 골을 허용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며 구단 역사상 가장 큰 경기에서 미소를 지었다. 2006년 부천SK(현 제주SK)가 제주로 연고를 옮기며, 2007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부천FC1995가 아픔과 눈물을 뒤로 하고 K리그1 승격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2차전에서도 준비한대로 잘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요인은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부천에 처음 부임했을때, 목표를 플레이오프 권으로 뒀다. 그렇게 시즌을 항상 꾸렸다. 예산상 나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에게 올 시즌은 승격을 목표로 하자고 했다. 시장님도 관심을 가져주셨다. 선수들이 힘들때 시장님이 동기부여를 주신 적도 있다. 5년 동안 있으면서 조금씩 탄탄해진 것이 승격으로 이어졌다. 서명관 안재준 오재혁 등이 남았더라면 그 시점이 빨리 올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올 시즌 건방지지만 승격을 목표로 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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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앞으로 일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하지만 표정은 아주 기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담담하다. 나도 엄청 기쁠 줄 알았는데 아직 실감이 안난다. 아내가 표현 좀 하라고 하는데, 일단 덤덤하다"며 "거짓말 안하고 아무 생각이 안난다. 선수들이 헹가레 쳤을때 많은 순간이 지나갈거라 생각했는데 벅차서 그런지 멍하더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많은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부천은 다음 시즌부터 K리그1에서 뛴다. 이 감독은 "걱정은 내일부터 하겠다. 당연히 준비할 과정이 더 많을거다. 힘든 시기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생각 안하고 내일부터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시장님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신다고 하셨다. FC안양이 승격을 해서 잔류를 했다. 좋은 선수를 구성했다. 부천도 배워야 한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다음 시즌 잔류도 할 수 있다. 안양과 부천이 라이벌이 될 수 있겠지만, 좋은 부분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히 생각나거나 고마운 사람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주저없이 선수들을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고맙다. 33명으로 구성해서 군 전역생이 합류했다. 직원들도 있고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고 했다. 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은 "올 시즌 팬들과 언쟁도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천, 내가 생각하는 부천은 다르지만, 팀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팬들이 열정 하나만큼은 어느 서포터스 못지 않다. 우리가 홈에서 성적이 좋았던 것은 열정적인 응원 때문이었다. 이 응원에 보답하자는 말이 선수들이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팬들이 열렬히 응원해주셨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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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은 이제 K리그1에서 과거 몸담았던 안양, 그리고 악연의 제주와 맞붙는다. 이 감독은 "오늘도 유병훈 감독이 와서 축하해줬다. 같이 붙는다고 해도 똑같다. 같은 리그에서 하면 우리 팬과 안양 팬 사이에 라이벌 관계다. 안양에 전적이 좋지 않았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에 대해서는 "라이벌이나 스토리는 항상 존재해야 한다. 그런 스토리가 흥행에 많은 요소가 돼야 한다. 감독한테 힘든 상황이 될 것 같다. 올 시즌 제주와 코리아컵서 만나서 우리가 이겼다. 그런 스토리를 우리 선수들과 즐길 수 있도록, 흥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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