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왼쪽)가 강력한 스파이크로 OK저축은행 블로킹 벽을 뚫어내고 있다. [사진 KO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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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역사를 두 시기로 나눈다면, 레오(35.본명 레오나르도 레인바)가 그 기준 중 하나가 될 거다. 레오 이전과 이후로. V리그 기록의 신기원을 열어온 레오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0일 레오는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맞아 19점을 뽑았다. 이로써 개인 통산 7000득점을 돌파했는데, 2012년 삼성화재 입단 이후 13년 만이다. 시즌으로는 8시즌(2016~20년 해외리그) 만이며 246경기 만이다. 경기당 28.5득점이다. 남자부 통산 득점 1위인 레오는 2위 박철우(6623득점.40.은퇴)와의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3위가 4955득점인 OK저축은행 전광인(34)이다. 약 1.5년에 1000득점 하는 걸 고려하면 8000득점도 먼 얘기가 아니다.
삼성화재 시절, 신치용 감독(뒷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파이크를 하고 있는 레오. [사진 KO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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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레오는 캐나다 출신 외국인 선수 가빈(49.본명 가빈 슈미트)에 이어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레오는 첫 시즌부터 V리그의 질서를 바꿨다. 신치용 감독 체제의 당시 삼성화재는 국내 선수들의 ‘달인’급 수비력 위에서 거의 모든 공격을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는 이른바 ‘몰빵 배구’로 코트를 평정했다. 레오는 첫 시즌(2012~13)과 두 번째 시즌(2013~14)에 삼성화재를 통합(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며 득점상, 공격상, 정규리그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2014~15시즌에는 쿠바 출신 세계적 공격수 시몬(38.본명 로베르틀란디 시몬 아티에스)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의 기세에 밀려 개인 타이틀은 놓쳤지만, 삼성화재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OK저축은행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레오. [사진 KO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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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별명이 ‘괴물 용병’이었던 당시 “레오의 존재 자체가 전술”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갔다. 특정 선수가 전술의 중심이 되는, 보기 드문 사례였다. V리그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레오는 튀르키예,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리그로 커리어를 확장했다. 2021년, 레오는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OK저축은행이 1순위로 레오를 지명했다. 30대에 접어들었어도 레오는 레오였다. 2023~24시즌, 레오가 활약한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에 져 준우승했다. 레오는 정규리그 3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정규리그 MVP로 뽑혔다. 개인 통산 네 번째 MVP였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활약과 기록으로 반박한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2024~25) 레오는 트라이아웃에서는 2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레오는 현대캐피탈에 KOVO컵,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트레블(3관왕)’을 선물했고, 챔프전 MVP 타이틀을 거머쥐어다.
2024~25시즌 현대캐피탈의 트레블을 이끌 당시 레오.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띄우고 있다. [사진 KO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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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의 외국인 선수(아시아 쿼터 제외)는 대부분 아포짓 스파이커다. 레오도 처음에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영역을 넓혔다. 드문 경우다. 서브 리시브 때문에 아웃사이드 히터는 수비 부담이 크다. 삼성화재 시절 집중 훈련을 통해 키운 수비력이 바탕이 됐다. 현재는 현대캐피탈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허수봉(27), 리베로 박경민(26)과 서브 리시브를 분담한다. 그런 레오를 동료들은 “레오 형”이라고 부른다. 레오는 대기록 수립 후 “박철우 선수 기록을 깨기 전까지는 내가 통산 몇 득점을 했는지도 몰랐다”며 “아무도 기록을 깨지 못할 정도로 득점을 더 올리고 은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현대캐피탈)와 대한항공이 (챔프전에서) 맞붙을 거라 생각한다. 리듬을 찾아가다 보면 현대캐피탈은 고점이 높은 팀이기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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