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4 (수)

    [사설] 당내 비판에 ‘입틀막’ 국민의힘, 여당 비판할 자격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결정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어게인’ 비판 김종혁 전 최고에게 중징계 추진





    장 대표 체제 들어 퇴행 거듭…민심과 점점 이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어제(17일)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이 망상 바이러스에 걸렸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권고한 당무감사위원회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장 대표는 “해당 행위를 하는 분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당이 하나로 뭉쳐서 싸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와 달리 계엄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현직 당협위원장을 ‘적’으로 규정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당내 비판을 힘으로 틀어막는 일 자체가 오히려 해당 행위가 아닌지 자문해야 할 일이다.

    최근 국민의힘의 퇴행적 행보는 점입가경이다. 계엄을 옹호하는 주류 ‘윤 어게인’ 세력이 친한동훈계에 공세를 펴는 모습은 보수 정당의 이성을 의심케 한다. 당무감사위원회는 김 전 최고위원의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파시스트적” 등의 발언이 당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엽적 표현을 꼬투리 삼아 반대 세력의 비판을 누르는 전형적 행태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소 임자(주인)가 소를 단속하지 않아 남녀를 막론하고 들이받아 죽이면 그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는 내용의 구약 구절을 인용하며 한동훈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최근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부원장에 대표적 친윤 세력인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임명되는가 하면, 당내 ‘계엄 정당론’을 대변하는 김민수 최고위원도 국민소통특별위원장에 임명됐다. 당내에서도 “보수 우파 결집의 종지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당의 퇴행에는 장동혁 대표의 책임이 크다.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보수의 재건에 앞장서야 할 당 대표가 당내 계엄 옹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당내 비판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는 보수 가치의 재정립을 언급하고 당명 개정도 검토한다고 했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갈팡질팡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어제 특검은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4년 및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당의 도덕성이 시험대에 오른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명 개정 정도로 민심과 멀어진 당을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입틀막 3대 악법’을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다른 목소리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징계로 다스리는 정당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자유와 다양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정당이 과연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