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끝에 판사회의에 구성 권한…위헌 논란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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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최종 판단은 헌재 몫
어제(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대한 특례법안’이 통과됐다. 원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의식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법안 명칭까지 바꿨다. 통과된 법안은 해당 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논란이 된 재판부 구성은 외부 인사 6명을 포함한 추천위원회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로 바꾸더니, 최종적으로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판사회의에 권한을 부여했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위헌성을 제거했다”고 주장하지만, 특정 인물과 사건을 겨냥한 ‘처분적 입법’, 사실상의 ‘표적 입법’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입법부가 특정 유형의 사건을 이유로 사법부의 재판 진행 구조를 바꾸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정 사건의 진행 방식이나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 쌓일 경우, 다수 의석을 가진 정치 세력이 “공정성 강화”나 “전문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얼마든지 전담재판부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오늘은 내란 사건을 이유로 재판부를 만들었지만, 내일은 전직 국가원수 사건만 담당하는 재판부, 모레는 현역 국회의원 사건만 다루는 재판부를 만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때마다 “예외적 상황”이라는 설명이 붙겠지만, 어느 순간 이는 일반적 기준이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 독립과 삼권 분립이란 가치는 교과서엔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말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스스로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더구나 이 법안에 포함된 내란 사건 영장전담판사의 경우, 기존 재판과는 직접 관련이 없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 과정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논란 거리가 될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1일 법안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에 나서 이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한 뒤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법원의 향후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일 서울고법은 판사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법 통과에 대비한 재판부 증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관이 법을 지켜야 할 의무는 분명하지만, 판사회의가 법이 부여한 재량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법원의 독립성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입법부가 또다시 사법의 영역을 침범하려 할 때 막을 명분이 없다.
실행 단계에서 어떤 모양새로 전담재판부가 설치될지 알 수 없지만, 임의 배당 원칙을 훼손하고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사후적으로 구성된 재판부라는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위헌 논란에 대한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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