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아스날의 대승 속에서도 시선은 한 사람에게 쏠렸다. 과거의 홈, 적이 된 관중, 그리고 참지 못한 감정.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에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이날 가장 불편한 무대였다.
아스날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에서 4-1 완승을 거뒀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에만 4골을 몰아치며 1위 싸움의 분수령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전반은 팽팽했다. 아스날은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앞섰지만 결정력이 부족했고, 빌라는 역습으로 날카롭게 응수했다. 올리 왓킨스와 빅토르 요케레스가 각각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전반 종료 시점, 두 팀의 기대득점(xG)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균형은 후반 초반 한 장면에서 무너졌다. 후반 3분 사카의 코너킥을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흐른 공을 가브리엘이 밀어 넣었다. 세트피스에서의 집중력이 아스날의 리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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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는 곧바로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7분 마르틴 외데고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마르틴 수비멘디가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2-0. 빌라의 중원 실수가 곧 실점으로 연결된 장면이었다.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갈렸다. 후반 24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꽂았다. VAR 판독 끝에 득점이 인정됐고,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아스날 쪽으로 기울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여유를 얻었다. 교체로 들어온 가브리엘 제주스가 후반 33분 박스 바깥에서 감각적인 슈팅으로 네 번째 골을 추가하며 대승에 쐐기를 박았다. 빌라는 경기 막판 왓킨스의 만회골로 체면을 세웠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3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아스날은 리그 선두를 굳히며 경쟁자들을 따돌릴 발판을 마련했고, 2025년을 1위로 마쳤다. 반면 11연승을 달리던 빌라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너졌다. 상위권 경쟁에서의 격차가 한 번에 벌어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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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싸움의 무게를 견뎌낸 쪽은 결국 아스날이었다.
한편 빌라의 골키퍼는 과거 아스날 유스 출신의 에밀 마르티네스. 아스날에서는 완전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빌라 이적 이후 개화해서 아르헨티나와 빌라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부진했다. 마르티네스는 선제골 장면부터 공중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진한 활약에 그쳤다.
문제는 경기 종료 후였다. 평소 감정 표현이 강한 성향으로 잘 알려진 마르티네스는 터널로 향하는 과정에서 아스날 팬들의 거센 야유에 노출됐고, 이를 참지 못한 듯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마르티네스는 처음에는 미소로 대응했지만, 곧 몸을 돌려 팬들을 향하려는 제스처를 취했고, 결국 주변 스태프에 의해 제지당하며 터널 안으로 끌려가듯 들어갔다.
앞서 마르티네스와 아스날 팬들과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 균열이 생겼고, 이날 반응 역시 소셜 미디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에미 마르티네스, 당황했네?”라는 반응부터 “완벽한 장면”이라는 비아냥까지 이어졌다.
월드컵 우승 골키퍼는 경기 후 SNS를 통해 “오늘 최고의 팀이 승리했다. 우리는 여전히 시즌 후반을 위한 좋은 위치에 있다”라는 글을 남겼지만, 터널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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