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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우리의 영혼을 관통해 흐른다. 파라마운트 플러스 시리즈 ‘더 매디슨(The Madison)’은 강이 흐르듯 삶이, 기억이, 사랑이 지속됨을 격조있게 그린다. 몬태나의 강가에서, 그리고 뉴욕이라는 잿빛 도시에서, 조용하고 깊은 언어로 말을 건다. 전설적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헌정된 이 시리즈는, 그가 감독했던 명작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상실과 치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더 매디슨’은 유명 각본가이자 감독, 제작자인 테일러 셰리던의 신작이다. 셰리던은 두 공간을 등장인물로 만들었다. 뉴욕과 몬태나. 도시의 역동성과 자연의 고요가 대조를 이룬다. 클라이번 가의 여성들은 맨해튼에서 단련된 예리함을 지니고 있지만, 광활한 초원과 빠른 물살 앞에서는 철저히 이방인이 된다. 이 불일치에서 드라마는 유머를 끌어내고 그 유머는 항상 비통함이라는 배경 위에서 달콤씁쓸하게 빛난다.
‘더 매디슨’은 주인공인 프레스턴 클라이번(커트 러셀)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시작된다. 이 구조적 선택은 곧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적 프레임이 된다. 미망인 스테이시(미셸 파이퍼)와 자녀들은 고인의 오랜 바람대로 몬태나로 향했고 그 여정에서 그들이 미처 몰랐던 남편과 아버지의 내면을 발견해간다. 시리즈 곳곳에는 로버트 레드포드에 대한 존경의 흔적이 가득하다. 극 중 가족들이 ‘흐르는 강물처럼’을 시청하는 장면이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태도는 명확한 오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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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턴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이지만 극 중 플래시백과 회상을 통해 시리즈 전체의 ‘닻’ 역할을 한다. 커트 러셀은 65년 연기 인생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만났다고 한다. 열 살부터 연기를 시작하고 스물세 살까지 프로 야구 선수로 뛰다가 스물여섯에 도시를 떠나 콜로라도로 이주한 커트 러셀의 인생은 프레스턴의 그것과 여러 지점에서 겹친다. 플래시백 속의 프레스턴은 늘 플라이 낚시를 즐긴다. 이는 단순히 취미를 넘어선 은유다. 물 위로 미끼를 던지고 기다리는 행위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적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게 몬태나의 매디슨 강은 뉴욕의 소음과는 정반대의 고요를 선사하며, 가족들이 각자의 슬픔을 마주하게 한다.
스테이시가 겪는 슬픔은 입체적이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자, 강인한 딸들을 지켜내야 하는 ‘알파 여성’들의 수장이다. 그녀는 죄책감과 후회를 겪으며 남편이 남긴 자연의 유산을 뒤늦게 발견하고 눈을 뜨게 된다. 특히 두 사람이 전화기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정서적 밀도를 보여준다. 커트 러셀은 자신의 실제 파트너인 골디 혼과의 오랜 소통 경험을 연기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그래서 ‘더 매디슨은 단순한 연기가 아닌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정성 있는 기록이다.
상실은 이 드라마에서 닫힌 문이 아니라 열린 창문이다. 클라이번 가족은 프레스턴이 남긴 몬태나라는 유산 속에서 각자가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그 발견은 때로 고통스럽고 우스꽝스러우며 때로는 말없이 아름답다. 만약 당신이 삶의 어느 길목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낀다면, 혹은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먹먹한 가슴을 안고 있다면 매디슨 강가로 떠나는 이 여정을 함께해보길 권한다. 강은 마른 적 없다. 그 강물 속에 당신의 영혼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문화부 sedailycultu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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