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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외국인 선발투수 전성시대... 데이터로 분석한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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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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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70]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다"라는 말은 꼭 열정적인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야구 격언으로, 야구에서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표현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2017년 KBO리그 10개 구단의 등록선수는 총 614명인데, 이 614명을 포지션별로 분류하면, 투수가 295명으로 전체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차지했고, 뒤이어 내야수 150명(24.4%), 외야수 113명(18.4%), 포수가 가장 적은 50명(8.1%) 순이었다.

또 1군 기준으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KBO리그의 엔트리는 27명인데, 이 중에서 통상 12~14명이 투수들로 채워진다. 이는 야구에서 투수가 왜 단순히 하나의 포지션이 아닌지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다.

투수는 역할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로 나눌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선발 투수는 대다수 투수들의 로망이자 팀 전력의 핵심이다. 이는 선수 가치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연봉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공개한 연봉분석 결과 선발투수의 평균연봉은 700만달러 정도로 불펜투수의 3배 이상이었다. 선발투수가 불펜투수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점, 팀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연봉에 녹아 있는 결과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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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BO리그 1군 마운드에서 단 1개라도 공을 던저본 투수는 250여 명인데, 이 중에서 선발로 1경기라도 나서는 영광을 맛본 투수들은 113명이다. 팀당 11명 정도로 사실 이 정도면 비교적 준수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꾸준하게 기회를 부여받았느냐로 따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5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투수는 외국인 포함 75명에 불과하며, 10경기 이상 나선 선수는 57명뿐이었다. 보통의 프로야구 구단들의 선발 자원을 5명 정도로 꾸려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 기회를 받는 선수들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선수나 외국인 선수를 구분해서 본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2017년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중, 투수는 총 22명으로 이들은 모두 선발 자원이었으며, 실제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발로만 뛰었다. 이 22명을 제외하고 선발로 10경기 이상 나간 국내 투수는 37명에 불과하다. KBO리그에 등록된 국내 투수 273명 중에서 단, 13.5%만이 소위 고정 선발로서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선발승 기준으로 볼 때, 2017시즌에 최다승 투수는 20승을 기록한 KIA의 1,2선발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이다. 15승 이상 투수는 이 두 명에 SK의 켈리(16승)를 포함해 총 3명이다.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성공 가늠좌라 할 수 있는 10승 투수는 총 19명인데, 이 중 10명이 외국인 투수이고, 국내 투수는 9명에 불과하다.

국내 투수 기준으로는 성공한 투수가 팀당 1명이 채 되지 않는 수치이다. 리그에 투수 포지션이 차고 넘치는 것 같지만, 올림픽이나 WBC 같은 큰 대회에서 투수를 선발할 때, 막상 뽑을 사람이 없다고 불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를 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외국인 선발투수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는데, 전제 선발승 465승 중, 외국인 투수 22명이 올린 승수는 181승으로 인당 8.2승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투수들은 91명이 284승을 기록해 인당 3.1승만을 올렸다.

이러한 데이터는 현재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이제 외국인 투수는 KBO리그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효율적이었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각 구단 발표 연봉 기준으로 외국인 투수 22명의 연봉 총합은 약 260억원이다. 인당 연봉은 11.8억으로 달러화 기준 평균 100만달러가 넘었다. 천정부지로 올라간 연봉은 외국인 선수들의 효율도 떨어뜨렸는데, 외국인 투수들이 1승을 올림에 따라 구단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1.4억에 이르렀다.

반면 국내 투수 91명의 연봉 총합은 208.28억원으로 외국인 투수 22명의 총합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1승당 비용 또한 외국인 투수의 절반가량이 0.7억원에 불과했다. 소위 내구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외국인 선발투수만이 과연 능사인가를 한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수치다.

게다가 10경기 이상 기회를 부여받은 국내 선발투수 37명을 한정해서 보면 상황은 더욱 그러한데, 이들 37명의 국내 선발투수들이 올린 인당 평균 승수는 7승으로 외국인 선수의 8승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1승당 비용도 0.6억원으로 절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KBO리그 구단들이 수익에 비해 과다한 지출로 고민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FA인플레와 함께 외국인 투수 활용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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