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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무관심의 한국 축구, 2018년은 위기이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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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해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이란 맞대결에서 6만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1.지난해 10월10일 밤에 지상파로 중계된 한국과 모로코의 A매치 평가전 시청률은 6.6%에 그쳤다. 50% 이상의 ‘월드컵 시청률’로 대표되던 국가대표팀의 상품 가치가 확 떨어진 것이었다. 11월 들어 12%까지 회복했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12월 동아시안컵은 아예 지상파 중계 없이 스포츠케이블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탔다. 한·일전 4-1 대승의 감흥도 당연히 떨어졌다.

#2.프로야구는 FA 계약은 물론 보상선수가 발표될 때도 해당 선수의 이름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다. 프로축구에는 그저 부러운 얘기다. 세밑에 데얀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간다는 이적설이 터졌지만 검색어 순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K리그는 ‘그들 만의 리그’가 되는 것일까.

#3.지난해 10월24일 차범근 축구교실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국 스포츠의 영웅’ 차범근 감독은 어린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축구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축구를 할 때 아이들이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축구하는 아이들이 부쩍 줄어들고 있다”며 탄식했다.

월드컵이 열리고, 아시안게임이 벌어지지만 무술년 한국 축구의 과제는 하나로 압축되는 것 같다. 축구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하는 일이다. 축구에 대한 무관심이 A매치 시청률을 통해서, 프로축구에 대한 냉대 속에서, 유소년들의 축구 기피 현상 속에서 통계로 나타나고 축구인들의 피부로 와 닿는다. 축구는 어느 새 좋고 싫음의 문제를 떠나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 놓이게 됐다. 한 유력 축구인에게 새해 인사를 했더니 ‘축구가 잘 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답장을 보냈다. ‘축구가 잘 될 수 있게…’란 표현이 의미심장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지난 1년간 탄핵 정국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 이뤄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사는 정치·경제·사회 등 예전엔 무거웠던 주제들로 옮겨졌다. 그 속에서도 경쟁 종목 프로야구는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현장을 누비면서 느낀 것이 야구와 축구, 농구 등 기존 종목 외 당구나 격투기, 익스트림 스포츠 등 올림픽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종목으로 사람들의 흥미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월드컵 시청률’을 기대하기엔 무리인 것이 현실이지만 축구에 가속화되는 무관심은 한국 스포츠사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이 종목이 ‘4년에 한 번 즐기고 끝나는 스포츠’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래서 새해가 중요하다.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과 투혼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론 월드컵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다. 2026년부터는 월드컵 본선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예선은 당연히 쉬워질 것이고 본선도 조별리그의 비중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월드컵에 관계 없이 축구가 국민과 어린이들의 삶에서 관심을 받도록 만드는 일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축구계의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선수와 지도자, 행정가는 물론 팬들에게도 주어진 숙제다. 관심 회복의 출발이 바로 올해, 특히 월드컵 이후가 됐으면 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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