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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베트남이 생각하는 축구를 바꿨다"…언론도, 시민도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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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베트남 축구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 사진은 지난 2014년 상주 상주 감독 시절 때 모습.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베트남 전역에 ‘박항서 매직’ 열풍이 불고 있다. 2002 한·월월드컵 당시 한국을 4강 신화로 이끈 거스 히딩크 바람을 기억하듯 박 감독은 현지에서 ‘베트남의 히딩크’로 칭송받으면서 한국인 지도자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A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으면서 베트남 성인 축구의 수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U-23 대표팀은 지난해까지 K리그 클래식 강원FC에서 뛴 르엉 쑤언 쯔엉 등 황금 세대가 모인 베트남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이다. 박 감독은 중국에서 진행중인 2018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동남아 국가로는 최초로 4강까지 이끌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국, 호주, 시리아와 D조에 묶였는데 한국과 첫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호주(1-0 승)와 시리아(0-0 무)에 연달아 승점을 따내면서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20일 C조 1위를 차지한 이라크와 8강에서 전, 후반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사상 첫 8강에 이어 사흘 만에 4강까지 진입하면서 박 감독은 단숨에 베트남의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박 감독이 단기간에 베트남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지도자 경험을 통해 동남아 축구의 특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동남아 선수들은 기술적으로는 재능있는 선수가 꽤 있으나 다른 대륙보다 빈약한 신체 조건, 전술 응용력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계를 보였다. 박 감독은 K리그를 경험한 쯔엉을 중심으로 상대에 움츠려들지 않고 맞불로 맞서는 전략으로 대회 내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번 대회 득점 없이 마친 시리아(0-0 무)전을 제외하고 3경기 모두 선제골을 넣었다. 특히 이라크와 경기에선 1-1로 맞선 연장에 이라크에 역전골을 내줬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두 골을 연달아 집어넣는 괴력을 뽐냈다. 비록 승부차기까지 이어졌으나 집념을 발휘해 4강행 티켓을 따낸 베트남이다.

베트남 인터넷매체 ‘VN익스프레스’는 ‘박 감독은 베트남이 생각하는 축구 자체를 바꿨다’면서 ‘박 감독은 국제 대회에 나갈 때마다 스스로 비하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전 코치들과 달리 박 감독은 경기 도중 저지르는 실수는 자살과 마찬가지라는 신념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면서 경기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베트남의 소리’ 방송(VOV)도 ‘박 감독이 베트남을 신뢰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고 ‘켄흐14’는 박 감독이 이라크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기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소식을 전했다. 베트남 축구평론가인 부 꽝 후이는 “박항서는 베트남의 거스 히딩크”라며 “팬들에게 놀라운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이라크전 승리 직후 수도 하노이와 남부도시 호치민 등 주요 도시에 수천 명의 시민이 길거리로 나와 승리에 환호했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오토바이를 탄 채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흔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와 베트남 축구를 응원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며 “우리 선수들은 종료 호루라기가 울릴 때까지 멈추지 않고 팀 정신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의 ‘박항서호’는 23일 오후 8시30분 카타르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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