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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22일은 한국 테니스 역사에 기념비적인 날이 됐다.

정현(22·58위·삼성증권 후원)이 세계적 강호 노바크 조코비치(31·14위·세르비아)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정현은 이날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조코비치와의 16강전에서 세트스코어 3-0(7-6 7-5 7-6)으로 이겨 8강에 올랐다.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나는 데 무려 3시간21분이 걸릴 정도의 대접전이었다. 한국 테니스 역사에서 전인미답의 고지로 남아 있던 메이저대회 8강을 정현이 마침내 해냈다.

정현이 상대한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최다 우승(6회)에, 메이저대회에서만 12차례나 정상에 오른 강자다. 지난해 윔블던대회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완전치 않은 몸상태로 이번 호주오픈에 참가했지만, 정현이 넘어서기에는 여전히 버거운 상대였다. 더구나 정현은 2년 전 호주오픈 1회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완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3회전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이긴 기세가 이날까지 이어졌다. 정현은 1세트 초반 조코비치가 잦은 더블폴트를 범하며 흔들리는 사이 상대의 서비스게임을 두 번이나 브레이크하며 4-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조코치비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추격을 당하더니 결국 6-6 동점이 돼 타이브레이크로 들어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치열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끝내 정현이 한 수 위 집중력을 발휘하며 7-4로 따내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도 1세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초반 4-1까지 앞서다 추격을 허용해 4-4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다시 집중력을 찾았고, 6-5에서 조코비치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세트를 마무리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3세트 역시 1세트처럼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졌지만, 정현은 초반 조코비치의 서비스게임을 모두 가져오며 3-0으로 달아났고, 6-3에서 조코비치의 범실이 나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현은 경기 후 온코트 인터뷰에서 “오늘 이겨서 너무 기쁘다. 조코비치를 다시 코트에서 만나 기쁘기만 하다”며 “내가 어릴 때 조코비치를 따라하려고 했다. 조코비치는 내 우상”이라고 상대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이어 “8강에 오른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이틀 후 8강을 위해서 잘 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말로 “응원 고맙고 아직 경기가 안 끝났다. 수요일에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코비치는 1세트가 끝난 뒤 발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팔꿈치에 파스를 바르는 등 전체적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1세트에서만 더블폴트 7개를 저지르는 등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정현이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의 주인공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정현은 1회전부터 단 한 번도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상대를 만난 적이 없다. 특히 3회전 즈베레프와의 경기는 정현이 세계랭킹 ‘톱10’ 안에 드는 선수를 상대로 거둔 첫 승리이기도 했다.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은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을 통해 기량이 더욱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특히 세계 톱랭커들과의 경기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집중력 싸움에서 앞서며 매 경기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포핸드는 네빌 고드윈 코치와의 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됐다. 서브도 빠르지 않지만 코스를 착실하게 노리며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갈수록 성장하는 정현이 가는 길은 이제 한국 테니스의 역사가 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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