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나?’
정현(세계랭킹 58위·삼성증권 후원)이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제압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쓴 뒤 중계카메라에 한글로 직접 쓴 사인이다.
정현의 달라진 위상은 이날 경기에서 드러났다. 정현과 조코비치의 경기는 센터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렸다. 이 코트를 가득 채운 1만5000여 관중이 정현의 환상적인 경기를 보며 탄성을 쏟아냈고, 한국은 물론 세계 팬들도 정현의 놀라운 경기력을 지켜봤다. 조코비치를 넘은 정현도 당당하게 “보고 있나?”라고 적었다.
정현은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3-0(7-6<7-4> 7-5 7-6<7-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인 16강을 넘어 8강 진출의 새 역사를 썼다.
조코비치는 정현이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꼽은 선수다. 조코비치의 날카로운 스트로크는 전매특허. 하지만 이날 정현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더 날카로운 스트로크를 뽐냈다. 구석을 찌르는 예리한 스트로크에 조코비치조차 허탈한 웃음을 짓거나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코트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인터뷰를 가진 정현은 재치도 넘쳤다. 정현은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여유 넘치는 답변으로 많은 박수와 웃음을 자아냈다.
정현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설욕한 기분에 대해 “잘 모르겠다. 오늘 이겨서 그저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소감을 말했다. 정현은 2년 전인 2016년 이 대회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 0-3으로 완패했다.
이어진 질문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승리한 비결이었다. 정현은 “조코비치는 어린 시절부터 나의 우상이었다”며 “그를 카피한(그대로 따라 한) 덕분”이라고 말해 관중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이어 정현은 “조코비치보다 내가 젊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유리했다”며 접전 끝에 승리한 이유를 나이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기도 했다.
한국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말로 소감을 전하라고 마이크를 넘기자 “일단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 분들께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직 안 끝났으니까 수요일(8강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응원 부탁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현은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아래인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상대로 8강전을 갖는다. 방심하지 않고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정현은 “그랜드슬램 경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잠을 충분히 자면서 휴식을 갖고 이틀 뒤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민교 기자 mi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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