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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젊은 청년' 정현이 보여준 희망과 '늙은 꼰대집단' 빙상연맹이 보여준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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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스포츠계가 한국에 '희망'과 '절망'을 동시간대에 안겨줬다.

테니스계에선 22세의 젊은 청년이 세계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고, 빙상계에선 선수폭행 사건에 이어 늙고 낡은 연맹이 행정실수로 선수를 올림픽에 참가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 어이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은 세계랭킹 1위 출신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14위)를 꺾은 지 이틀만인 지난 24일(한국시간) 이번 대회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 테니스 샌드그렌(27, 미국, 97위)에게 승리하면서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정현은 조코비치를 꺾은 당시 온코트 인터뷰에서 영어로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어릴 적 우상인 조코비치의 플레이를 모방(copy)했다"면서 "조코비치보다 젊어 체력적으로 유리했다"는 당돌하게 얘기해 관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테니스 분야는 불모지로 여겨졌기 때문에 정현이 일으킨 돌풍은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등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늙은 꼰대집단'이 있다.

그들은 십수년간 지조(?)있게 부실행정과 부조리를 이어가고 있다. 성춘향도 그들의 지조와 절개를 따라잡을 순 없을 듯 하다.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노선영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갑작스레 하고 그를 퇴촌시켰다.

퇴출당한 노선영은 지난 24일 인스타그램에 "4년 동안 선수는 물론 그 가족의 꿈과 희망을 한순간에 짓밟아 놓고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고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메시지를 남기며 울분을 토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 빙상연맹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증폭됐다.

특히 그가 남자쇼트트랙 대표 에이스 고(故) 노진규의 친누나인 사실은 더 울분을 차오르게 만든다.

고 노진규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으나 2013년 9월 어깨부위의 골육종이 발견돼 투병하다 2016년 4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인스타그램에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고 호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가 코치에게 폭행당해 선수단을 이탈하는 일도 있었다.

심석희가 이탈한 시기였던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를 목적으로 선수촌을 방문했고 빙상연맹 측은 청와대에 "심석희가 독감으로 아파서 못 나왔다"고 거짓말해 폭행사건을 묵인했다.

이 밖에도 빙상연맹은 재정운용 부조리, 승부 조작, 선수 폭행, 파벌 다툼 등 갖가지 논란으로 십수년간 '빙X연맹'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손가락질 받아 왔지만 한결같은(?) 모습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질 않고 있다.

특히, 역대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를 하고, 이후 그가 한국 대표선수 시절 승부조작 요구를 받았고 거부하자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건은 충격을 안겼다.

현재 빙상연맹의 수장은 김상항 회장이다. 삼성생명 사장이었던 그는 2016년 7월 각 시도연맹에서 추천한 선거인단의 투표로 진행된 선거에서 제30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전임(前任)회장인 김재열 전 회장은 2011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회장직을 맡은 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분야 집행위원에 선출돼 활동 중이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인 김 전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뉴스팀 chunjaehm@segye.com

사진=JTBC3 FOX Sports·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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