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71) KBO 신임 총재(커미셔너)가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 ‘마침내’ 입을 열었다. 1월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라. 조만간 좋은 분을 모시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월 3일에 취임한 정운찬 총재가 주재하는 첫 이사회가 오는 30일에 열릴 예정이어서 그날 사무총장 선임 문제도 매듭을 짓을 것이라는 게 KBO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 총재의 답변에선 사무총장 인선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조만간’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써 혹시라도 첫 이사회에서 사장단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실무공백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야구규약 상 ‘총재의 제청에 의해 이사회가 선출’해 온 예전의 관례로 미루어 보면, 신임 총재의 제청을 사장단이 거부하기에는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통과 시키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기는 하다.
여태껏 KBO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이처럼 총재 부임 이후에도 한 달 가까이 질질 끈 사례는 없다. 그래서 그동안 KBO 주변에서는 사무총장 하마평이 무성했고, 정치권의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는 둥 온갖 풍문이 난무했다.
어찌 보면 정운찬 총재의 ‘장고(長考)’는 임기 3년 동안 자신과 호흡을 맞춰 나가야할 적임자를 찾는데 그만큼 골몰했다는 얘기도 되겠다. 그와 관련, 정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을 재미있게 보고 배우를 봤지, 막상 무대 뒤로 내가 가서 직접 해보니까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서 에둘러 인선이 지체된 까닭을 설명했다고 한다.
투명한 행정능력과 깨끗하고 건전한 사고방식을 갖춘, 나아가 통합마케팅을 잘 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다보니 자연히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 총재는 부임이후 한 달이 채 안 되는 동안 야구계 안팎의 숱한 인사들을 만나 KBO 운영 방안, 방향과 사무총장 인선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숙고(熟考)가 너무 길어지다 보니 이런 저런 소문이 나돌았고, 특히 정치권의 외압과 관련해서는 일부 구단 사장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히 있었다. 만에 하나 정 총재가 외풍에 굴복한 나머지 ‘이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를 낙점한다면 앞으로 행로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 지경이었다.
정 총재의 ‘복심(腹心)’은 여전히 알 수 없다. KBO 안팎에서는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이 납득하기 어려운 엉뚱한 인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하고 있다.
KBO 사무총장 인선에 대해 이번에 유난스레 관심이 뜨거웠던 까닭은 방송 중계권료 재계약 문제와 정 총재가 취임식에서 선언한대로 통합마케팅을 실현해야할 막중한 권한을 ‘사무총장이 갖고 있다’는 오해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KBO 사무총장은 어디까지나 총재의 지휘를 받아 실무를 처리하는 총책임자에 지나지 않지만 과거엔 정치권 인사나 기업을 경영하는 구단주(급) 인사가 총재를 맡은 경우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해서 결재를 해온 관행 때문에 사무총장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운찬 총재의 경우 날마다 출근하는 것은 물론 현안을 직접 챙기고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은 실무적인 뒷받침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할 수도 있다.
그에 따라 KBO 행정은 기존대로 사무총장이 전담하고 통합마케팅 추진은 KBO 자회사인 KBOP가 맡아서 하는, 이른바 ‘투 트랙’으로 총재가 이끌고 간다면, 사무총장과 더불어 KBOP에도 실무총책이 새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도 정 총재가 고심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 결정을 내리고 이사회를 앞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정 총재가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닌 ‘묘수’를 두기를 바란다. 그렇게 돼야 그의 말대로 900만 관중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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