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나누는 정현과 페더러[AP=연합뉴스] (멜버른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강전에서 기권패한 정현(58위·오른쪽)이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정현은 이날 페더러와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lkm@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시선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 '차세대 챔피언' 정현(26위·한국체대)의 맞대결에 쏠리게 됐다.

페더러와 정현은 16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진행 중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천535 달러) 단식 준준결승에서 맞붙는다.

페더러는 설명이 필요 없는 '테니스의 황제'다.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20번이나 우승했고, 일반 투어 대회에서는 97차례 정상에 올랐다.

1981년생으로 정현보다 15살 많은 '노장'이지만 올해도 1월 호주오픈을 제패하는 등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올해 치른 15경기에서 모두 이겼고, 36세트를 따내는 동안 상대에 내준 세트는 3개 세트에 불과할 정도로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경기력을 뽐내는 중이다.

페더러가 시즌 개막 후 15연승을 내달린 것은 2006년 16연승 이후 자신의 시즌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 2위에 해당한다.

'제2의 전성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정현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1세 이하의 젊고 유망한 선수 8명이 모여 치른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간판'으로 떠오른 정현은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 불참했던 알렉산더 즈베레프(5위·독일)까지 제압했다.

즈베레프는 1997년생으로 정현보다 한 살 어리지만 세계 랭킹이 워낙 높아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회에 불참했다. 바로 그 다음 주에 열렸던 세계 8강이 겨루는 'ATP 파이널스'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회를 제패하고, 그 대회에 불참했던 '차세대 최강' 즈베레프까지 물리친 정현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차세대 선두주자'가 됐다.

둘은 올해 호주오픈 4강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페더러가 1세트를 6-1로 따내고 2세트도 5-2로 앞선 상황에서 정현이 발바닥 물집 때문에 기권하면서 싱겁게 경기가 끝났다.

정현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페더러는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페더러는 올해도 우승해야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받은 랭킹 포인트 1천점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페더러가 정현에게 패하면 다음 주 세계 랭킹 1위는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되고, 페더러는 2위로 내려선다.

반면 정현을 이기면 다음 주에도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정현 역시 페더러와 첫 대결에서 허무하게 패한 만큼 이번에는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정현이 현역 세계 랭킹 1위와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호주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 지난해 10월 파리 마스터스에서 나달과 만났으나 두 번 모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세계 1위를 상대로 한 세 번째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차세대 선두주자'로서 입지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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