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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KBO리그의 진짜 주인은 구단이나 선수가 아닌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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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81] 프로야구팬들이 고대하던 KBO리그의 시즌 개막이 드디어 이번 주말로 다가왔다. 아시안게임 등 2018년도에 열리는 굵직한 국제대회들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되는 2018 KBO리그는 새 집행부 출범과 함께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함과 동시에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쇼미더스포츠는 향후 KBO리그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서 먼저 몇 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KBO리그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이다.

'KBO리그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직관적이고 쉽다. 누군가는 실제로 경기를 하는 선수나 감독이라고 답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운영 주체인 구단이라고 얘기 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은 팬을 꼽을 것이다. 선수나 구단이라는 답이 물론 오답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구단이나 하나의 경기가 아닌 공공재적인 성격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프로야구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직관적으로 볼 때 KBO리그의 주인은 팬들이다. 조금 과장하면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과 흡사하다.

이는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들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로 보면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 남녀 프로골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프로스포츠들은 기본적으로 선수와 이와 관련된 단체 종사자들이 해당 종목의 경기와 유관한 업무를 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한다. 자신들의 연봉(인건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프로스포츠 종목 또는 리그를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쉬운데 선수, 감독, 코치 및 프런트들은 경기·리그라는 상품 내지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자신들의 이윤을 창출한다. 여기서 소비자는 바로 해당 종목의 팬들이다. 팬들은 입장권을 구매해 경기장을 찾고, 광고를 보며, TV 또는 인터넷으로 해당 종목을 소비한다. 바꿔 말하면 팬들의 직간접적인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프로스포츠라는 거대한 종목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많으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서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가 결정되듯이 프로스포츠 종목 또한 팬들이 많고, 적으냐 그리고 많은 소비를 이뤄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의해서 성패가 좌우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프로스포츠의 주인은 팬들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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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프로야구)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행인 점은 나름 여러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KBO리그가 많은 소비자(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KBO리그의 소비자(팬)들은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들과 비교해 볼 때 독보적이다. 2017년 입장 관객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연간 총인원은 840만명을 넘었다. 840만명은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 종목들의 입장 관중 수를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이는 KBO리그 출범 초기부터 일관성 있게 노력해왔던 지역 프랜차이즈 제도가 잘 정착한 결과다. "왜 특정 팀을 응원하게 됐느냐"는 프로야구 팬 및 입장 관중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자신의 지역 연고라서 응원한다"는 대답이 다른 항목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요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핵심이 프랜차이즈 제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며 이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KBO리그가 지금 리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또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문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기업구단은 좋은 성적, 궁극적으로 우승이라는 지상 과제를 안고 뛰고 있다. 어쩌면 모기업이 부여한 미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거의 모든 구단이 적자이고, 우승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임을 감안할 때 우승이라는 절대 가치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적을 등한시하고 마케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당연히 구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스포츠의 핵심 역량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우승이 최우선적이고, 당위적인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명제에서 볼 때 어차피 우승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새 같은 때에 조금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우승은 어쩌면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십 년간, 길게는 10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한 국내외 프로야구 팀은 생각보다 많다. 시카고 컵스는 직전 우승 이후 108년 만인 2016년에야, 보스턴 레드삭스는 86년 만인 2004년에야 우승트로피를 들 수 있었다. 또한 뉴욕양키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최대 도시 중 하나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인 LA 다저스도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기 구단이라고 할 수 있는 LG와 롯데 또한 각각 1994년, 1992년 이후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도 이들의 리그 입장 관중 수는 각각 113만명과 103만명으로 1위, 3위를 차지했으며 매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또한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팀들이고, 열성적인 팬들로 유명하다. 모든 야구팬이 원하는 것은 물론 우승 트로피겠지만 우승을 못한다고 해서 자신의 팀을 무조건적으로 외면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우승을 계속 못 해온 팀의 팬들에게는 희망고문이기도 하며,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잔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팬들에게 응원 팀은 마치 고향과도 같다. 버리려 하고, 잊으려 한다고 해서 쉽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팬이 돼버린 시기가 길수록 또 어릴 때일수록 그 감정은 더욱 크다.

팬들에게 우승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매년 선물해 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도, 또 하고 싶다는 마음과 노력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게다가 특정 팀이 우승이라는 가치를 독점하는 것은 전체 리그 발전에 그리 유익한 일도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서라도 KBO와 구단들은 리그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팬들에게 더욱 공을 들이고 집중해야 된다. 우승 말고 대다수 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성과와 숫자에만 매몰돼 주인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놓치고 있을 수 있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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