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크게 환호하고 있다. /사진=리버풀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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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86] 시즌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유럽프로축구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외한 유럽 5대 리그의 우승팀이 거의 가려졌다. 아직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 진출 티켓 확보와 각 리그 1부 잔류를 위한 각 팀 간의 치열한 경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각 리그 우승은 큰 이변 없이 전통의 강호들에 조금은 싱겁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건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우승컵인 빅이어를 누가 들어 올리는가다. 4강 대진이 가려진 챔스는 각국 리그와 달리 이변이 속출하였으며, 챔스 체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빅4리그(영국·스페인·독일·이탈리아)에서 1개 팀씩 4강에 올랐다.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챔스 4강 그 첫 경기가 드디어 내일과 모레로 다가왔다.
4강에 오른 팀들 중 금번 시즌 리그 우승 팀은 바이에른 뮌헨이 유일하다. 바이에른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팀의 현재 리그 순위는 모두 3위다. 모두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4강 팀들은 과거 4강 진출 팀들과 비교해 무게가 조금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버풀FC(이하 리버풀)와 AS로마(이하 로마)가 있다. 리버풀는 금번 챔스 4강 진출이 2007~2008 시즌 이후 10년 만이며, 로마는 챔스의 전신인 1983~1984 유러피언컵 준우승 이후 무려 34년 만이다. 냉정하게 표현해 이들의 챔스 준결승 진출 자체가 이변이고, 두 팀은 4강만의 성적으로 만족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두 팀이 내일 4강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두 팀 중 한 팀은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전통의 강호 리버풀은 오랜 기간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지난 10년간 리버풀의 리그 최고 순위는 단 한 번 기록한 2위였다. 들어 올린 우승컵도 리그도, FA컵도 아닌 EPL컵 한 개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 한 리그 우승은 1990년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영국프로축구리그 최다 우승 기록(18회)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20회)에 내준 지도 이미 오래다. 챔스에서도 우승 내지 4강은커녕, 진출 티켓조차 따내기 힘겨웠다. 어느 순간부터 리버풀은 맨유, 첼시, 맨체스터 시티보다 한 수 아래의 팀으로 평가받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하지만 리버풀은 20세기 영국 프로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팀이었다. 영국 프로축구팀 중에서 리그에서 20세기에 가장 많이 우승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가장 많이 들어 올린 팀은 다름 아닌 리버풀FC다. 빅이어를 영구 소장한 EPL팀도 리버풀이 유일하다. 리버풀보다 빨리 빅이어를 영구 소장한 팀은 레알, AC밀란, 아약스, 뮌헨 뿐이다. 바르샤도 빅이어 영구 소장에 있어서는 리버풀보다 후배들이다. 이 때문에 리버풀이 가지고 있는 저력은 언제나 다른 팀들에 경계 대상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C바르셀로나와 8강 1차전에서 AS로마의 코스타스 마놀라스(왼쪽)가 수비 중 자책골을 넣고 있다. /사진=바르셀로나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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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로마는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를 연고로 하는 세리에A의 명문 클럽이다. 하지만 세리에A를 대표하는 클럽들은 인터밀란, 유벤투스, AC밀란이지 로마는 아니다. 토티라는 이탈리아 최고의 스타로 상징되는 로마는 우승컵과는 그동안 거리가 먼 팀이었다. 총 리그우승 횟수도 3회에 불과하고, 가장 최근에 한 리그 우승도 2000~2001 시즌이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AS로마는 꾸준했다. 지난 5시즌 동안 세리에A는 유벤투스가 점령해 왔고, 올 시즌도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로마는 두 밀란이 암흑기를 겪고, 유벤투스가 연속 우승을 할 동안 3번 준우승을 하면서 나폴리와 함께 유벤투스를 꾸준히 추격해왔다. 그리고 이번 챔스 8강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메시의 바르샤를 돌려세웠다. 그것도 1차전의 1대4 대패를 극복하고, 2차전에서 3대0을 기록하며 승리한 역대급 역전승이었다. 스포츠에서 분위기 혹은 기세가 주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특히 축구는 의외성이 큰 스포츠이다. 4강 팀들 중 가장 기세가 올라 있는 팀은 다름 아닌 AS로마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오른쪽)가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리버풀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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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과 로마와의 경기의 키워드는 '살라'다. 이집트 국가대표 공격수인 모하메드 살라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핫한 축구선수이다. 리버풀 소속인 살라는 현재 리그 득점 1위로 EPL을 접수하고 있다. 살라는 득점과 관련한 모든 EPL 시즌 기록을 새로 세울 기세다. '이집트의 메시'라는 그의 별명은 더 이상 공허한 수식어가 아니다. 그런 살라가 바로 직전시즌까지 몸담았던 팀이 로마이다. 로마에서 살라는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였으며 동년배 최고의 선수인 네이마르를 넘어서 신계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로마에서 리버풀로 옮기면서 발생한 살라의 이적료는 4200만유로이며, 리버풀과 로마 양팀 모두에 구단 역사상 최대 금액이다.
그런 살라를 중심으로 리버풀과 로마가 챔스 결승 길목에서 만났다. 아직 1년도 채 안 된 지난해 6월 23일 살라의 이적이 공식 발표될 때만 해도 두 팀 모두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만날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매도자인 로마는 살라의 이적료를 바탕으로 팀을 탄탄하게 재정비하였다. 비록 리그 순위는 한 단계 떨어졌지만, 챔스 4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현재 거두고 있다. 매수자인 리버풀 또한 살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리그 순위도 상승하였고, 수아레스와 오언 이후 다시 한번 리버풀 출신 득점왕 배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두 팀의 챔스 4강 맞대결은 살라의 이적으로 인해 양 팀 모두가 윈윈하였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챔스 결승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고 벌이는 운명의 한판이 되어버렸다. 관건은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의 수비 전술에 달려 있다. 8강 2차전에서 메시를 꽁꽁 묶었듯이 살라를 막을 수 있는 수비 전술을 가지고 나온다면 AS로마가 좀 더 유리할 것이다. 살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감독이기에 로마의 결승 진출 가능성이 아주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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