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UCL을 비롯한 FIFA 주관 클럽 대항전 대회들은 토너먼트 중 상당수(16강·8강·4강)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며, 이 2경기의 합산 성적을 통해 승패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각 라운드 별 첫 경기(혹은 제1경기)의 승패는 라운드 전체 승패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승패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느 축구 전문가의 코멘트처럼 "토너먼트의 제1경기는 180분간의 축구 경기 중에서 90분의 전반 경기"일 뿐이다.
따라서 전반전에 리드를 내주었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고, 이기고 있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제1경기에서 이긴 레알마드리드가 분명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승패가 갈린 것 또한 아니다. 감독이나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레알은 원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역전승으로 이겼다. 전반 내내 레알을 압도하던 바이에른이 전반 28분,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첫 골까지 터트리자, 올 시즌 가장 압도적인 우승을 일구어 냈던 분데스리가 최강자 바이에른이 리그에서 헤매고 있는 레알을 손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레알의 동점골이 터졌고, 후반 내내 바이에른을 압도한 레알이 결국 역전골까지 터트리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제 두 팀 간 4강전의 후반이자 승자를 결정하는 제2경기는 레알의 홈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일 새벽(한국 시간 2일 3시 45분) 펼쳐진다.
레알은 누가 뭐라고 해도 UCL의 최강자이다. 비록 올 시즌 리그 우승은커녕 3위 자리에서 허덕이고 있지만, 역대 UCL 최다 우승팀(12회)도 레알이며, 지난 10년간 FC 바르셀로나와 함께 가장 우승을 많이 한 팀(우승 3회)도 레알이다.
레알이 올 시즌에도 우승하면,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는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럽피안컵에서는 레알과 바이에른, 아약스 등이 각각 기록한 바는 있지만, 챔피언스리그 체체(1992~1993시즌) 출범 이후에는 아직까지 어느 팀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그 대기록에 근접해 있는 레알이다. 즉, 레알의 우승에 대한 동기 부여는 그 어느 팀 못지않은 상태이다.
또한 레알은 지난 10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팀이다. 10년 동안 조별 예선을 모두 통과하여 토너먼트(16강) 진출에 성공했으며, 이 중, 무려 8번이나 4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을 제외한 토너먼트 성적은 라운드 기준으로 19승6패이다.
주목할 점은 레알이 각 라운드별 첫 경기의 승패가 의미하는 내용이다. 레알은 25번의 토너먼트 라운드 첫 번째 경기에서 12번 승리했는데, 첫 경기를 승리한 라운드는 100%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레알의 첫 경기 승리, 즉 전반전 리드가 의미하는 바는 곧 승리이다.
참고로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25번의 라운드(16강·8강·4강)에서 첫 번째 경기 결과에 따른 레알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첫 번째 경기에서 승리한 경우는 12경기이고, 모두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레알의 전반(제1경기) 리드 시 세이브율은 100%"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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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은 각 라운드별 제1경기에서 총 5번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이 라운드에서도 모두 제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즉, 레알은 지난 10년간 첫 경기에서 패하지만 않는다면 항상 최종적으로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알은 2017~2018시즌 UCL 결승 진출을 위한 조건을 이미 갖췄다.
레알은 올 시즌 홈 경기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치른 19경기에서 13승3무3패를 기록하고 있다. 바르샤한테 당한 완패(0대3)가 뼈아프긴 하지만, 이를 제외한 2팀에는 모두 1점차로 근소하게 패했다. 바이에른이 결승전에 오르기 위해서는 작년 12월에 펼쳐진 엘클라시코 때 베르나베우에서 레알을 침몰시킨 바르샤에 빙의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바이에른의 편이 아닌 듯싶다. 바이에른은 지난주 첫 경기에서 공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언 로번과 제롬 보아텡이 부상으로 전반 초반에 교체됐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리 몸'으로 불리는 로번이야 백 번 양보해 그렇다 치더라도, 바이에른 수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아텡의 햄스트링 부상은 정말 뼈아프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4강전은 고사하고 독일 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보아텡이 러시아월드컵 때만이라도 회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레알 또한 이스코와 다니엘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내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타격은 바이에른이 더 커 보인다.
분위기 또한 레알 쪽에 기울어져 있다. 레알은 분데스리가 최강 뮌헨을 상대로 UCL에서 6연승을 달리고 있으며, 이는 특정 팀 상대 승리 최다기록 타이이다. 반면 바이에른은 절호의 기회였던 지난 4강 1경기에서 첫 득점에 성공하고도 연패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문제는 그 이전 2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역전승을 노릴 만큼 레알이 만만한 상대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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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동안 뮌헨을 상대로 6경기에서 무려 9골을 터트린 '킬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내일 경기에서 호날두가 더욱 두려워 보이는 이유이다. 착시일지도 모르지만 '우주의 기운'이 레알에 조금 많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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