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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AS로마와 리버풀의 챔스 4강 빅뱅, 대역전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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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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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89] UEFA 챔피언스리그(UCL)는 32개 클럽이 조별예선을 거쳐 각 조 상위 1, 2개팀이 16강 토너먼트를 거친 후, 대망의 빅이어(우승트로피) 주인공이 가려진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FIFA 주관 국가대항전 대회들과 그 형식이 같다.

하지만, UCL을 비롯한 FIFA 주관 클럽 대항전 대회들은 토너먼트 중 상당수(16강, 8강, 4강)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며, 이 2경기의 합산 성적을 통해 승패를 결정한다. 때문에 각 라운드별 첫 경기(혹은 제1경기)의 승패는 라운드 전체 승패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승패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느 축구전문가의 코멘트처럼 "토너먼트의 제1경기는 180분간의 축구 경기 중에서 90분의 전반 경기"일 뿐이다.

따라서, 전반전(제1경기)에 리드를 내주었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고, 이기고 있다고 해서 자만해서도 안 된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올 시즌 UCL 4강 팀들도 마찬가지이다. 제1경기에서 이긴 리버풀이 분명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승패가 갈린 것 또한 아니다. 감독이나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아는 바와 지난주 치러진 4강 1경기에서의 승자는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은 5대2 대승을 거두었다. 로마와 리버풀의 붉은 피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살라가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리버풀은 2대0으로 앞서갔고, 후반 20여 분을 남겼을 때, 경기 스코어는 5대0이었다. 클롭 감독은 급기야 살라를 빼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러한 클롭의 결정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후반 35분부터 경기의 흐름은 급반전되었다. 로마는 10분간 2골을 넣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더 많은 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경기를 바라보는 살라와 클롭 그리고 리버풀 벤치의 표정은 3골 차 리드를 지키고 있는 팀의 그것과는 달라 보였다 최종 스코어 5대2, 리버풀은 완승했지만, 아직 4강의 후반전인 제2경기가 남아 있고 조금은 불안해 보인다. 이제 두 팀 간 4강전의 후반이자 승자를 결정하는 제2경기는 로마의 홈인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내일 새벽(한국시간 3일 3시 45분)에 펼쳐진다.

아는 바와 같이 두 팀 간 첫 경기의 승리 팀은 리버풀이다. 그리고 3점 차 리드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 10년간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제1경기를 진 팀이 두 번째 경기를 이기고 다음 라운드(8강, 4강, 결승)에 진출한 경우는 총 18번 있었다. 동기간 중, 총 138번의 라운드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18번은 단순 역전에 기반한 수치일 뿐이다. 이 중, 첫 경기 3점 차를 극복하며 역전한 경우는 단 2번밖에 없다. 작년 시즌 파리생제르망과의 8강 1경기에서 0대4 완패를 딛고, 2경기에서 6대1의 기적 같은 승리를 연출한 바르샤와 올 시즌 8강에서 이 바르샤에 제1경기 3점 차 패배를 극복하며, 2경기에서 역전승을 일구어 낸 로마뿐이다. 로마가 UCL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역전승을 거둔 것은 불과 3주 전 일이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1차전 승리 직후에 이를 의식해서인지 리버풀은 바르샤와 다르다고 공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버풀은 올 시즌 리그(EPL)에서 전반에 리드하다가 역전패 당한 경기는 없었다. 동점을 허용해 무승부로 끝난 경기만 4경기 있을 뿐이다. 클롭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결승전에 진출할 거라고 공언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클롭도 속으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로마의 8강 상대였던 바르샤는 올 시즌 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리고, 바르샤 또한 전반에 이기고 있을 때, 후반에 역전을 허용한 적은 없었다. 동점을 허용해 무승부를 기록한 적도 리버풀은 4번이지만 바르샤는 단 한 번뿐이다. 그런 바르샤가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를 로마에서 로마에 당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축구에서 홈의 이점은 강력하다. 때문에 홈 승률이 원정 승률에 비해 월등히 높다. 로마의 올 시즌 홈경기 리그 성적은 18경기에서 11승1무6패이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팀들에 비해 빼어나다고 할 수도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로마는 리그와는 또 다른 팀이었다. 로마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8강까지의 토너먼트 5번의 홈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단순히 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메시의 바르샤도, 아자르의 첼시도, 코스타의 AT마드리드도 로마에서는 로마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유럽프로축구클럽 순위에서 리버풀보다 높은 팀들이 못했던 일들을 리버풀은 내일 해내야 한다.

클롭이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서두에 말했듯이 지난 10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제1경기를 패한 팀이 제2경기에서 승리하며 다음 라운드에서 진출한 것은 18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시즌에 2라운드 연속 제1경기를 패하고도 제2경기를 이겨 다음 라운드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바로 올 시즌의 AS로마이다. 로마는 한 시즌에 연속해서 16, 8, 4강 라운드 모두에서 첫 경기를 패한 유일한 팀이다. 16강과 8강에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3번 연속 기적이 연출될지는 알 수 없다. 확률로 봤을 때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3점 차가 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고 있는 로마는 좀 여유 있게 느껴지고, 이기고 있는 리버풀은 조금 초초해 보인다. 그리고 전반 이른 시간에 로마가 선제골을 기록한다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16강과 8강 제2경기에서 선제골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것은 에딘 제코였다. 내일 새벽 제코의 발끝을 주목해야 되는 이유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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