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외인선발들이 주도하는 큰 흐름, 대비되는 국내선발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KBO 홈페이지 기록코너를 살펴보면 10일까지 선수들의 기록이 집계돼있다. 그중 투수파트.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지표인 평균자책점 부분에는 헨리 소사(LG)의 사진이 대표로 삽입돼있다. 그리고 이어 앙헬 산체스(SK), 왕웨이중(NC), 세스 후랭코프(두산), 에스밀 로저스(넥센) 이름이 올려져있다.

아직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이른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KBO리그 선발마운드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0일 현재 소사를 필두로 산체스에서 로저스까지, 평균자책점 1위부터 5위를 모두 외인투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매일경제

10일 현재 리그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투수는 LG 트윈스 헨리 소사다. 사진=김재현 기자


KBO리그의 외인투수 강세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개막전에 외인투수들간 대결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다가 팀 내 에이스는 물론 원투펀치를 모두 외인투수들이 담당하는 게 어색하지 않는 일로 여겨진다. 그만큼 외인투수들 비중이 크다. 양현종(KIA)-김광현(SK) 등 토종에이스들의 분투도 분명 존재하지만 전체 흐름 상 외인투수들 기세가 훨씬 강한 편이다.

올 시즌 초반 개인성적 면에서도 외인투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평균자책점 부분에서는 외인투수들이 톱5를 독식하고 있다. 다승 역시 조시 린드블럼(두산)과 후랭코프가 6승으로 공동 선두를 달리는 중이고 이닝 소화도 로저스와 소사가 1,2위를 형성하고 있다. 탈삼진은 키버스 샘슨(한화)과 로저스, 린드블럼 순이고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산체스-소사-린드블럼-후랭코프 순으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단순 개인기록을 떠나 이들 외인투수들은 팀 성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두산의 선두수성에는 린드블럼-후랭코프라는 안정적 외인 원투펀치의 존재가 크게 자리한다. 두 선수가 합작 12승을 따내며 탄탄한 선발마운드를 만들고 있다. 2위 SK 역시 기존 강자 메릴 켈리에 신 에이스 산체스까지 가세하며 선발진 무게감이 높아졌다.

매일경제

한화의 반등에는 두 명의 외인투수 샘슨(오른쪽)-휠러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MK스포츠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의 상승세 또한 외인투수들 흐름과 연결된다. 초반, 잠재력은 있지만 결과물이 적었던 샘슨-제이슨 휠러 조합이 시간이 흐를수록 리그에 적응하며 위력을 떨치자 팀 마운드 자체가 두꺼워졌다. 한용덕 감독은 평소 선발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샘슨-휠러가 조금씩 그 고민을 덜어주기 시작했고 팀도 크게 반등한 상황이다.

연승과 연패를 오고가며 부침을 겪고 있는 LG는 올 시즌 최고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소사에다가 대부분의 경기를 퀄리티스타트로 막아주고 있는 타일러 윌슨이 있기에 토종에이스 차우찬의 부진 및 8연패를 경험했으면서도 아직 중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울었던 롯데는 이름값 높은 외인투수 펠릭스 듀브론트가 살아났고 브룩스 레일리가 감을 잡아가기 시작하자 점점 팀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으며 KIA 역시 헥터 노에시와 팻딘의 구위에 팀 성적이 적지 않게 영향을 받고 있다. 넥센의 경우, 검증된 외인투수 로저스만큼은 확실히 선발 마운드를 책임져주고 있다.

이처럼 외인 선발투수들의 전성시대와도 같은 올 시즌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토종선발 투수들은 다소 열세다. 부상에서 건강하게 복귀한 김광현, 지난해 리그를 호령한 양현종,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최원태(넥센), 고영표(kt) 등 그리고 점점 발전 중인 박종훈(SK), 임찬규(LG), 금민철(kt) 등이 주목받고 있으나 위압감에서 외인투수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매일경제

유희관(사진) 등 기대했던 토종투수들의 초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몇몇 핵심선수들의 부진도 한몫했다. 지난 5년간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던 유희관(두산)은 올 시즌 1승 평균자책점 8.64에 머무는 등 부진 끝 2군으로 내려갔다. 꾸준함의 상징 장원준(두산)도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며 우려를 안기기도 했다. 차우찬(LG) 역시 8점대 평균자책점. 3승을 거뒀지만 5월 시작과 동시에 두 경기에서 15실점하며 흔들리고 있다. 윤성환(삼성)도 이름값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장현식(NC), 박세웅(롯데) 등 기대를 모은 영건에이스 후보들은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얼마든지 큰 흐름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외인투수들의 우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야구계 안팎의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외인투수들이 주도하는 리그 흐름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냉정하면서 다소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점점 떨어지는 국내투수진들 구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리그는 물론 국제대회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 리그 흥행과는 별개로 토종 투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한 번 고민해 볼 시기임은 분명한 듯하다.

hhssjj27@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