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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LA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의 MLB 중간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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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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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91] 오타니 쇼헤이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을 선언한 오타니의 아주 특별한 도전은 일본과 미국은 물론,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범경기에서 최악의 성적을 보이며 때로는 우려를, 또 때로는 조롱까지 당한 오타니는 시즌이 시작되자 연속 홈런과 완벽투를 선보이며,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내는 데 성공했다. 언론과 팬들은 오타니를 미국 야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베이브 루스와 비교하며 환호했다. 그리고 한 달 반이 지났고, 메이저리그는 팀마다 40여 경기씩을 치루며, 전체 일정의 4분의 1을 소화했다.

일단, 오타니를 영입한 LA에인절스는 성공한 듯하다. 2017시즌 에인절스는 40경기에서 19승21패로 5할 승률에도 못 미쳤으나, 오타니가 합류한 2018시즌에는 24승16패로 서부지구 2위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에인절스는 양키스, 휴스턴과 아메리칸리그 관중 동원 1위를 다투고 있으며 오타니가 홈에서 선발로 등판 시에는 100%에 가까운 티켓이 팔리고 있다.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등판한 경기에서 5승1패, 타자로 나온 경기에서는 11승6패를 기록했다. 반면 오타니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는 8승9패로 5할 승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오타니는 지금 에인절스의 보배다.

'투수' 오타니는 6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1패, 32.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임팩트는 강렬했다. 특히 두 번째 선발 경기인 4월 7일 오클랜드전이 백미였다. 7회 1사까지 퍼펙트로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삼진은 무려 12개나 잡아냈다. 14일 경기에서도 6.1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의 위용을 충분히 보여줬다.

'타자' 오타니는 20경기에 출전해 69타수 24안타 홈런 5개에 타율 0.348을 기록 중이다. 특히 장타율 0.652에 OPS가 1.044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시즌 초반 3게임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타자로서도 그 재능을 뽐냈는데, 시즌 초 8번 지명타자로 나왔던 타순은 어느새 4번으로까지 격상되었다. 참고로 한 시즌에 3번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의 4번 타자로 출장한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6차례밖에 없었는데, 오타니는 1961년 돈 라센(시카고 화이트삭스) 이후 무려 57년 만에 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투타겸업' 오타니의 지금까지 성적은 투타 모두에서 대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다. 아쉽게도 투타 모두에서 규정이닝과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이는 시즌 종료 시점에도 변하지 않겠지만, 부상이 없다는 전제에서 지금까지의 기록을 연간으로 환산해 보면, 투수로서 20경기에 출전해 10~12승에 3점대 중후반의 평균자책점을, 타자로서는 90여 경기에서 3할을 훌쩍 넘는 타율에 20홈런까지도 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성적을 기록한다면, 웬만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와 타자를 합쳐 놓은 괴물 스탯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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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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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MLB에 도전했던 일본프로야구 스타들 중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오타니의 현 성적과 시즌 예상 성적을 뛰어넘는 선수는 투수 쪽에서 노모(13승) 마쓰자카(15승) 다르빗슈(16승) 다나카(13승) 마에다(16승) 정도이고, 타자로는 이치로(타율 0.350)가 유일하다.

다나카(20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투수들이 선발로 30경기 내외로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타니도 풀타임 선발로 뛴다면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타자로서 오타니는 더욱 대단한데, 일본에서 소위 '날아다녔던' 최고 타자들도 이치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ML 첫해에 3할을 기록하지 못했고, 20홈런을 친 선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잔여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다. 오타니의 지금 성적과 시즌 예상 성적은 투타 모두에서 메이저리그 신인왕급에 해당한다. 이미 지난달 '이달의 루키'에 뽑힌 바 있는 오타니는 순수 신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23세)다. 투타 중 하나에 전념한다면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임은 물론이다.

오타니가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가능성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넘어온 NPB 스타들은 모두 완성형 선수였다. 오타니도 어떤 관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2015년에 15승, 2017년에 타율 0.332를 기록하며 투타에서 최고 기록을 기록했지만 2015년과 2017년은 각각 투수와 타자로서 더 전념했던 시기였다. 투타에서 완벽한 겸업을 하며 리그 MVP를 차지했던 것은 2016년(10승, 타율 0.322, 22홈런)인데, 2018년의 '메이저리그' 오타니는 이를 뛰어넘을 기세다. MLB 수준이 아직까지 일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오타니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섭다.

남은 시즌 오타니의 활약을 예상해 봄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오타니의 몸, 즉 부상 발생 여부다. 투타겸업은 자체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야구 천재가 아마추어 때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쩌면 오타니 이상의 재능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야구에서 좀 더 일찍 오타니가 나오지 못한 것은 투타겸업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에 집중할 때 성적이 더 잘 나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고 부상 위험 감소 등 관리가 용이하다.

오타니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오타니는 이런저런 이유로 크고 작은 부상을 겪어왔다. 그리고 오타니의 부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난 4월 말에 발목 부상으로 잠시 쉬는 기간이 발생했다. 그 정도가 경미해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주루 플레이 도중에 발생한 부상이었다.

야구는 예민한 운동이라 작은 리듬이 깨짐으로써 예기치 못한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오타니의 중간 성적표 비고란에 꼭 들어갈 내용이며, 오타니가 가장 신경 써서 봐야 할 대목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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