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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신계(神界) 축구 보여준 그들, 호날두와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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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02] 인간의 사냥과 싸움 본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스포츠라 할 수 있는 복싱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메이웨더와 파키아오를 비롯하여, 농구의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 테니스의 나달과 페더러, 한국프로야구의 선동열과 최동원 등 어느 시대나 라이벌은 있어왔다.

하지만 세기의 라이벌들이라 해도 대개의 경우 그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승자 내지 일인자가 있게 마련이다. 또한, 제 아무리 라이벌이라 할지라도 각자 최전성기가 서로 맞아 떨어지기는 어려우며, 그들이 최고 기량을 선보이면서 오랜 기간을 함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최고의 라이벌을 찾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나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저변이 넓은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축구에서 '최고의 라이벌'을 찾기란 의외로 힘들다. 적어도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축구에서 최고의 스타들은 늘 있어왔다. 에우제비우, 클라위베르트, 베켄바워, 펠레, 마라도나, 마테우스, 지단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지배한 스타들은 환상적인 플레이로 축구 팬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가곤 했다. 그 중 으뜸으로 꼽히는 최고의 스타는 단연 펠레와 마라도나이다. 이 들은 남미의 맹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둘 모두 프로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조국에 바쳤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둘은 동 시대 선수가 아니었다. 그 하나의 이유로 그들을 라이벌로 부를 이유가 부족해진다. 누가 더 뛰어난 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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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각각 프랑스와 우루과이에 패하며 탈락함에 따라 관심을 모았던 세기의 대결이 무산되며 특급 골잡이인 두 사람은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서 나란히 짐을 싸게 됐다. /사진=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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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날두 시대

그런 의미에서 호날두와 메시, 이 둘의 플레이를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일이다. 지난 10년 넘게 세계 축구계는 메시와 호날두 이 둘의 천하였다. 수많은 축구 스타가 있었지만 그 들은 그냥 '인간계'의 스타들이었을 뿐이다. 오직 호날두와 메시만이 '신계'였다. 축구를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두 선수 중 누구를 선호하냐는 분명하게 갈리고,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에 대한 논쟁 또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지난 10년 이상 세계 축구를 양분해 왔다는 사실이다.

당해 시즌 최고 활약을 한 축구선수가 누구인지는 당해 연도 발롱도르 수상자가 누구였냐로 가려진다. 2008년 이후, 호날두와 메시 외에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는 현재까지 없다. 그 기간 호날두와 메시는 정확히 다섯 번씩 발롱도르를 받았다. 올 시즌에 이집트의 신성 살라흐가 혜성 같이 등장했지만, 아직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발롱도르의 영예는 아마 올해도 둘 중에 한 명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발롱도르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이 둘이 아닌 누군가가 과연 언제쯤 수상할 수 있느냐'일 정도로 현대 축구에서 호날두와 메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호날두와 메시는 레알과 FC 바르셀로나(바르샤)의 대표 선수이다. 두 팀은 스페인 라리가의 절대 강자이자 프로축구 세계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지배해 왔다. 이 둘의 지난 10년간 UCL 우승 횟수 7회이다. 메시의 바르샤와 호날두의 레알이 UCL을 지배해 왔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호날두는 맨유 시절에도 UCL 우승을 맛 본 바 있다. 그들의 우승컵 수집은 이뿐만이 아니다. 호날두는 리그에서만 5회, 메시는 9회 우승하였다. 컵 대회 및 FA컵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굳이 따진다면 리그에서는 메시가, UCL에서는 호날두가 조금 앞선다.

최고의 골잡이인 호날두와 메시는 득점에 관한 거의 모든 기록 또한 양분하고 있다. 호날두는 현역선수 최다 득점자이고, A매치 또한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에 이어 2위인 메시는 한 시즌 91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연소와 관련한 거의 모든 기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산 기록에서 아직은 호날두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2살 어리고, 경기당 득점력이 호날두보다 높은 메시가 결국에는 호날두를 넘어설 수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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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3-4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메시는 이날 도움 2개를 추가했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해 러시아 무대와 작별하게 됐다. /사진=모스크바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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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다른 두 신

호날두와 메시는 그들의 소속팀인 레알과 바르샤 간 팽팽한 라이벌 구도만큼이나 모든 점에서 달라 보인다. 187㎝의 호날두와 170㎝가 채 되지 않는 메시는 그 키 차이만큼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호날두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과 뛰어난 위치 선정 그리고 헤딩 능력까지 갖춘 말 그대로 온 몸이 무기인 선수이다. 반면, 메시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함께 세계 최고의 드리블 스킬로 상대 수비를 초토화 시키곤 한다. 메시는 축구공과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시켜주는 선수이다.

메시는 '원클럽맨'이다. 아르헨티나 뉴웰스 올드보이스에서 축구선수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메시는 세계 최고 클럽인 바르샤에 13세에 스카우트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다른 클럽의 유니폼을 입어본 적이 없다. 바르샤 같은 클럽에서는 최고 기량을 꾸준히 보여 주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동정이나 연민은 기대할 수 없다. 오로지 실력이 그를 15년 넘게 클럽의 에이스이자 상징으로 있게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선수 생활은 바르샤에서 마감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반면 호날두는 성인클럽 데뷔를 조국인 포르투갈 스포팅 리스본에서 시작해, 잉글랜드 맨유에 스카우트되어 실력을 만개한 후, 현재는 레알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보통 축구선수들에 비해 아주 많은 클럽을 옮긴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이적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당장 이번 여름, 그는 다른 리그에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다.

그들은 경기장 외에서도 많이 다르다. 호날두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다. 때로는 건방지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종종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녀가 벌써 4명이나 된다. 아이 엄마들도 같지 않다. 미녀들과의 염문은 늘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반면, 메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다. 피치에서는 폭발적이지만, 사생활은 다른 축구스타들에 비해 요란하지 않다. 어렸을 적의 고향 소꿉친구와 결혼해 그와 낳은 아이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고 있다. 메시의 몸에 있는 여러 문신 중 대부분은 그의 가족과 관련된 것들이다(호날두는 그 흔한 문신이 하나도 없다. 이 또한 이 둘의 다른 부분이다).

이 둘의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시골에서 태어나 포르투갈어를 쓰며, 포르투갈 국적만을 가지고 있다. 포르투갈 시골에서 시작해 리스본을 거쳐 영국 맨체스터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생활하고 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스페인어가 모국어로, 어릴 때 바르셀로나로 거처를 옮김에 있어서 문화적 걸림돌이 적었다. 게다가 유스시절 스페인에 왔기에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으며, 할아버지의 조국인 이탈리아 국적도 가지고 있는 3중 국적자이다. 일찍이 스페인 축구협회는 메시가 스페인 국가대표로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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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후반 29분 우루과이의 에딘손 카바니가 종아리 통증으로 쓰러지자 직접 일으켜 부축해 주고 있다. /사진=모스크바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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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들에게 잔인했던 월드컵

모든 것이 달라 보이는 호날두와 메시이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이다. 클럽에서의 호날두와 메시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 역대를 통틀어서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 둘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선수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많이 아쉬웠고, 때로는 초라했다.

메시는 10대, 20대, 30대에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우승 코앞까지 갔었다. 하지만, 메시의 꿈은 번번이 좌절되었다. 월드컵에서 메시의 꿈을 좌절시킨 것은 다름아닌 독일이었다. 지난 3번의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계속 독일을 만났고, 그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독일이 대한민국에 발목을 잡혀 조기에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프랑스가 메시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세계 최정상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그래서 월드컵 우승은 항상 먼 얘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호날두는 10년 넘게 포르투갈을 열심히 하드캐리했다. 그리고 2016유로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구어 냈다. 호날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호날두와 함께 라면 그 기적이 어쩌면 러시아월드컵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포르투갈 또한 16강에서 탈락했고 호날두의 꿈도 거기까지였다.

세상에는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 있고,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호날두와 메시를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행운일지 모른다. 그런 그들이 이제 월드컵 무대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카타르에서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최고 기량의 메시와 호날두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아쉽고 슬프기까지 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며, 그들의 플레이를 하루하루 즐겨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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