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코앞에 다가온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 움직임이 바쁘다. 남북 체육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자카르타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아시안게임조직위 관계자를 포함한 4자 회의를 열고 농구, 카누,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단일팀 구성이 3개 종목에 그친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스포츠가 또 다시 평화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게 돼 반갑기 그지 없다. 다만 남북 공동입장 단기로 사용할 한반도기에 대한 명쾌한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아 마음이 영 편치 않다.
한국과 북한은 한반도기에 독도를 명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국은 독도 영유권을 전방위적으로 주장하는 일본의 생떼가 드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역사인식이 남다른 북한 역시 한국과 뜻을 같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에 집착했던 북한이다. 결국 한반도기의 수정은 시대의 변화가 잉태한 산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한반도기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88 서울올림픽에 불참한 북한이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 단일팀 참가 논의를 위해 제안한 체육회담에서 만들어졌다. 1989년 3월 9일 1차회담을 시작으로 1990년 2월 7일 열린 9차 회담을 거치면서 기본합의서가 마련됐는데 그 산물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기다. 당시에는 일본과의 독도문제가 불거지지 않아 한반도의 도서를 제주도 하나로 상징적으로 표시하기로 한 게 결국 불행의 씨앗의 돼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중·일의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독도가 빠져있는 한반도기는 어찌보면 실수를 떠나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영토분쟁의 근간은 대부분 역사문제에서 비롯된다. 한때 한국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이 문제를 쉬쉬하며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 사이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채 생떼를 쓰는 전략을 밀어붙였고 한 술을 더 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그릇된 사실을 머릿속에 주입시키는 교육적 세뇌까지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는 자칫 사달이 날 수 있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의식을 정당화시키는 중요한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세뇌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영토가 빌미가 된 역사 문제는 자칫 인류의 가장 큰 재난인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역사 왜곡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빅픽처’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중국이 동북공정과 요하공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분히 한반도를 의식한 치밀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주체성이 남다른 동북 3성의 조선족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자칫 남북이 통일되면 이들의 분리·이탈을 결코 배제할 수 없어 역사왜곡을 통해 이들과 중국이 한 뿌리라는 역사의식을 집요하게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2018 자르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휘날려야 할 한반도기는 이렇듯 체육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OCA는 스포츠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논리 바통을 이어받아 기존의 한반도기 사용을 제안하겠지만 한국과 북한은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비록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가 수포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그 요구자체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제동을 거는 한민족(韓民族)의 살아있는 역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때론 객관적 사실보다 집요한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쓰라린 세월이 가르쳐준 값진 교훈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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