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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프로축구에서의 승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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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케이이비(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 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경기 종료직전 패널티킥을 성공한 박주영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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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35] 서울이 극적으로 전남에 승리했다. 무려 89일 만에 승리였다. 서울은 거의 3개월 동안 승리가 없었다. 팬들도 답답했겠지만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구단에도 많이 힘든 시간이었다. 그동안 12경기가 있었지만 승리를 하지 못했고 감독 또한 바뀌었다.

서울 이전에 제주도 힘든 시즌을 보냈다. 제주는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15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승리하지 못한 경기는 서울보다 많았지만 상황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그 이전에 벌어놓은 승점도 있었고, 이후에 심기일전하여 결국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스포츠의 기본적인 목표는 승리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명제다. 상대와 싸워서 이길 때의 쾌감과 감동은 선수와 팬 모두가 스포츠에 몰입하는 동시에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더욱더 승리를 지향한다. 승리가 곧 보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수와 팀의 많은 부와 명예의 원천은 승리에서 나온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승리와 패배의 이분법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 치러지는 토너먼트 경기나 대회가 아닌 경우, 즉 장기간에 펼쳐지는 리그 경기의 경우 무승부라는 결과를 인정하는 스포츠 종목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종목이 프로축구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은 스포츠이고, 경기 시간도 긴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무승부를 제도화했다. 순위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승리를 기반으로 하는 승률제나 다승제가 아닌 승점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른 프로리그 종목들과 축구는 확실히 좀 다르다. 농구와 배구는 경기를 치르면 반드시 승패가 가려진다. 배구의 경우 승리와 패배의 경우를 세분화하고, 이를 반영한 승점제를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승부가 있지는 않다. 농구는 정규시간 동안 동점으로 끝나게 될 경우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해서 연장을 치른다.

야구는 조금 독특하다.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는 공식적으로 무승부가 있다. 정규 9이닝 동안 승패가 정해지지 않으면 일정 이닝을 더하고 그래도 승부가 정해지지 않으면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야구의 무승부는 로컬룰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무승부가 없다. 지난 월드시리즈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18회 승부를 가졌고, LA가 극적으로 승리했다. 정규 이닝의 2배를 한 셈이니 한 경기를 더한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야구의 무승부는 매우 드물다. 올 시즌 KBO리그 총 720경기 중 무승부 경기는 6경기였다. 채 1%가 되지 않는 숫자다.

다시 축구 얘기로 돌아와보자.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프로축구는 무승부가 제도화되어 있고, 또 빈번하게 발생한다. 올 시즌 K리그는 팀당 2경기씩을 남겨놓고 있는데, 전체 216경기 중 무승부 경기는 60경기로 무려 27.8%나 된다.

각 팀의 성적을 승률로 환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절대 1강으로 불리는 전북은 36경기에서 26승을 거두며 0.722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전북을 제외하고는 어떤 팀도 0.5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지 못했다(2위 경남의 승률이 0.472이다). 전체 12개팀의 평균 승률은 0.361에 불과하고 전북을 제외한 11개팀의 승률은 0.328이다. 전체 팀 기준으로 볼 때 3경기 만에 1번 정도 승리하는 셈이다.

이는 팀 전력이 약하거나, 부진에 빠지면 한 달 정도 무승을 기록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거의 매일 하는 야구와 달리 축구는 한 경기를 마치면 보통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연패나 무승에 빠져 승리에 목말라하는 선수와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이다.

희소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어느 프로 종목보다 스코어가 나기 힘들고 이기기 힘든 스포츠인 축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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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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