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후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은 대구FC가 시민구단의 한계 넘기에 도전한다. 대구는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울산 현대를 3-0으로 꺾었다. 지난 5일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대구는 2전 전승으로 우승해 2002년 창단 이후 16년 만에 한국 축구 최고 팀으로 거듭났다.

대구에 이번 우승이 뜻깊은 것은 신축 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로 무대를 옮기는 내년에 시민구단의 한계를 넘어설 기회를 잡았다는 점이다.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덕이다. 매년 가난한 시민구단의 한계로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번엔 ACL 참가를 위해 전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조광래 대구 사장은 “시민구단의 한계로 재원이 부족한 것은 여전하지만, 내실있는 투자에 성공하면 ACL에서 대구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며 “K리그1에서도 상위스플릿 쟁탈전에 밀릴 생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사장이 믿는 구석은 포레스트 아레나를 활용한 네이밍 마케팅이다. 500억원을 투자해 신축한 이 경기장의 이름을 지역 기업에 내주고 적잖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메인 스폰서인 대구은행이 10년간 경기장 명명권을 받는 대신 200억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가 지난해 선수단 연봉으로 약 39억원을 썼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적잖은 금액이다. 대구는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실제 울산과의 FA컵 결승전에 주전으로 출전한 11명의 선수 중 23세 이하 선수가 4명에 달할 정도다. 조 사장은 “내년에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선발된 중앙대 출신 미드필더 최재영(20)도 합류한다”며 “조금만 다듬으면 제 몫을 해줄 선수”라고 반겼다.

대구의 내년 예산이 늘어나 세징야와 에드가 등 기존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 추진도 가능해졌다. 특히 K리그1 도움왕(11어시스트)인 세징야는 FA컵 득점왕(5골)까지 차지해 기업구단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내년에도 대구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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