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 0-3으로 뒤진 대한민국 벤치는 9회초 대타로 오재원을 선택했다.
상대 투수는 선발 오타니 쇼타이에 이어 나온 노리모토 다카히로. 최고 구속 157km까지 나오는 투수다. 만만치 않은 투수를 상대로 오재원은 볼 카운트 2B-2S에서 5구 변화구를 좌익수 앞에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 내며 드라마 같은 한일전 9회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다. 이젠 한국 야구의 명승부로 잘 알져진 장면이다.
2015 프리미어12 당시 오재원. 사진=MK스포츠 DB |
그때 오재원은 “2B-2S였지만 나는 체인지업을 노렸다”며 의외의 말을 꺼냈다. 보통 2S 이후에 노려 친다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다. 초구 바깥쪽 변화구 볼, 2구 152km 직구 스윙, 3구 154km직구 볼, 4구 150km 직구 파울 팁 이후 게임 전 전력분석 자료를 생각해서 변화구를 노렸다고 했다.
타석에서 망설이는 순간 안타를 때릴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결정은 빨리 내려야 하며 결정이 된 후에는 망설임 없이 바로 실행해야 한다. 오재원의 확실한 선택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선발 출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벤치에서 상대 투수를 보며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언제나 열정적인 플레이어 두산 오재원.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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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인 올해는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 프리미어12 대회가 11월에 열린다. 오재원에게 만약 대표팀에 선발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제가 대표팀에 선발되면 모든 것을 불사르겠다”라고 말했다. 오재원다운 답이었다.
오재원은 팀 내에서도 후배들이 잘 따르기로 유명하다. 규율이 어긋나는 행동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훈련에 있어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기 때문이다. 연습 방법도 훈련량보다 생각하고, 이해하는 쪽이다.
오재원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또 하나 팬 서비스와 봉사이다. 오재원의 팬 서비스는 가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크게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배려가 매력이다. 봉사를 하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해줄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한다.
오재원은 올 시즌 새로운 목표를 장착하고 이미 출발선을 떠났다. 지난해처럼 덕 래타 코치를 찾아 미국에서 훈련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재원은 그렇게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필자도 올 시즌 오재원의 앞에 새롭게 펼쳐질 길에 선배이자, 팬으로서 응원을 보낸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영상제공=DC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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