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신뢰 잃은 벤투+런던 세대 퇴장…위기의 한국 축구, 이중고 돌파하라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기성용이 지난해 10월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 평가전 뒤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천안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벤투 감독은 변하고, 새 얼굴을 찾아라.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은 터무니 없는 목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출범 뒤 첫 본고사였던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복병 카타르에 무너진 한국 축구는 3년 뒤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큰 숙제만 받아든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쿼터 확대를 고려하고 있으나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 아시아의 출전 티켓은 4.5장으로 유지된다. 이번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행마저 위태로울 수 있음을 경고한 대회나 다름 없다. 특히 벤투 감독에 대한 땅에 떨어진 신뢰 및 기성용, 구자철 등 ‘런던 세대’의 퇴장은 한국 축구의 뼈대를 이루는 축구대표팀이 헤쳐나가야 할 양대 과제가 됐다.

한국은 지난 25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카타르와 8강전에서 후반 34분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 압둘아지즈 하템의 왼발 중거리포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했다. 지난 2004년 중국 대회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이다. 벤투호는 예상밖 8강 탈락에 비행기 표도 구하지 못하다가 UAE에서 이틀 더 체류하고 28일 귀국한다. 대회 전만 해도 한국은 지난 1960년 이후 첫 우승이란 달콤한 꿈에 빠졌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멤버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가 적절하게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였고 벤투 감독도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7차례 평가전에서 3승4무를 기록하며 연착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과 크루제이루(브라질),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충칭(중국)에서 연달아 실패한 점을 들어 결국 아시안컵을 치르고 나서야 진짜 실력을 드러낼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융통성 없는 벤투 감독의 고집과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대팀의 전술 앞에 태극전사들은 시원한 경기 한 번 하지 못하고 UAE를 떠나게 됐다. 이란, 일본, 호주 등 라이벌과의 맞대결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전 단계인 카타르전에서 전술 및 전략 싸움에 완패해 짐을 쌌다. 벤투 감독이 예전에 맡았던 팀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이 이번 대회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아시안컵을 그르친 벤투 감독은 이제 올 하반기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및 12월 국내에서 벌어지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하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와 같은 응원은 받기 힘든 상태에서 벤투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 하나하나가 낱낱이 분석되고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도 벤투 감독에 대한 도 넘은 찬양을 그만두고 ‘공동 운명체’란 각오 아래 그의 능력을 백지상태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대교체의 파고를 넘는 것도 숙제다. 한국 축구는 1989~1991년 선수들이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성과를 연속으로 일궈내면서 새 전성기를 맞았다. 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김영권, 홍정호, 정우영, 남태희, 지동원 등이 대표팀을 곳곳에서 이끌었다. 특히 유럽에서 롱런 중인 기성용과 구자철의 존재감은 한국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쓰러지지 않도 아시아 정상권, 세계 무대에서의 다크호스 지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이젠 다르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대표팀 은퇴를 사실상 선언했고, 축구계에서도 10대 후반부터 2~3개 대표팀에 겹치기로 차출됐던 둘을 놓아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1988년생 이청용도 카타르 월드컵까지 지금의 실력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부턴 1992년생인 손흥민, 황의조가 대표팀 중심이 되면서 황희찬, 황인범, 김민재 등 1996년생들이 4살 선배들의 뒤를 받쳐야 한다. 여기에 이승우, 이진현이 더해진다. 백승호, 정우영, 이강인 등 유럽에서 이제 막 명함을 내밀고 있는 ‘영건’들도 내년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및 본선,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해 쓸만한 자원으로 커나가야 한다. ‘런던 세대’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 아시안컵 여정이 끝난 바로 지금이 벤투 감독과 새 멤버가 어우러져야 할 시간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