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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 LPGA 캐디들 '코리안 아빠'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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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민학수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캐디 사회에서 인기 있는 '보스'로 통한다. 성적이 좋은 편인 데다 인심이 후해 '계약서'에 쓰인 것 외 비용은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꺼내야 하는 일반적인 계약 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캐디와 함께 밥을 먹고 가끔 술을 마셔도 한국의 골프 대디가 지갑을 열어 한꺼번에 계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깟 몇 푼이 대수라고~'하는 아버지 표정에 '잘 먹고 내 딸을 위해 더 열심히 하라'고 쓰여 있는 것 같다. 서양 캐디가 "아빠"라는 한국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선수와 캐디는 계약 관계다. 능력이 뛰어난 캐디는 연봉, 다른 캐디들은 월급이나 주급 등 다양한 형태로 계약한다.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올리면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우승은 보통 상금의 7~10% 선이고, 10위 혹은 20위 이내 등 약속에 따라 별도 금액이 추가로 붙는다. 수학 교사 출신인 조던 스피스의 캐디는 4년 전에 한 해 214만달러를 벌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골프장에 고용된 하우스 캐디가 선수들 백을 멜 경우 일당 20만원 안팎을 받는다. 대회 하나를 제대로 마치면 100만~120만원 정도를 벌 수도 있다고 한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으면 정식 캐디는1000만원, 임시 캐디는 많으면 5%인 500만원쯤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와 캐디의 계약은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중에 논란이 되기도 한다. 지난 주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5승을 거둔 맷 쿠처(41)가 참담한 내용의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골프는 자신에게 스스로 벌타를 부과하는 스포츠다. 나는 오래전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미소를 잃지 않고, 인심이 좋은 편으로 알려졌던 쿠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4년 7개월 만에 우승해 상금 129만6000달러(약 14억5000만원)를 받았다. 당시 그의 캐디가 멕시코에 동행할 수 없어 현지에서 오르티스를 임시 캐디로 고용했는데 그에게 상금의 0.4% 정도인 5000달러(약 560만원)를 준 것이 지난달 알려졌다.

쿠처와 오르티스는 대회 개막전 주급 3000달러에 계약했고, 성적에 따라 추가로 더 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쿠처는 계약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세상인심의 잣대는 달랐다. PGA 투어 통산 상금 4600만달러(약 518억원)로 이 부문 역대 10위인 쿠처가 더 관대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쿠처가 "하루 200달러 버는 사람에게 일주일에 5000달러면 훌륭한 것 아니냐"는 인터뷰를 한 게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제네시스 오픈 기간 '쿠처를 조롱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결국 쿠처는 오르티스에게 사과 전화를 하고 그가 원하는 5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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