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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평행이론] ‘레드’ 화가→‘막영애’ 인쇄소 사장으로 돌아온 정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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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tvN,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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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막영애' 새 식구로 합류한 정보석이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열일곱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tvN ‘막돼먹은 영애씨’가 새 식구의 합류로 눈길을 끈다. 극 중 주인공 이영애(김현숙)가 일하는 인쇄소 낙원사의 사장 역을 맡은 배우 정보석이 그 주인공이다.

정보석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건설 현장 소장 출신의 인쇄소 사장으로 급한 성격을 가졌다. 게다가 고지식하고 신경질적이며 뒤끝까지 부리는 탓에 극 중 영애에게 ‘개저씨’(개+아저씨를 결합한 신조어)로 불리기도 했다. 이렇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호감 캐릭터’가 ‘막돼먹은 영애씨17’의 정보석이다. 그러나 망가짐을 불사하는 정보석의 코믹 열연 덕분에 이번 ‘막돼먹은 영애씨17’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 스틸러로 부상했다.

이렇듯 쉽게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마저도 자신의 색깔로 소화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정보석만의 강점이다. 실제로 정보석은 ‘막돼먹은 영애씨17’ 바로 직전 출연한 연극 ‘레드’에서도 세대교체를 거부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를 맡았다. ‘꼰대’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물이었으나, 정보석은 이를 예술가 특유의 예민함과 두려움으로 해석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정보석은 ‘막돼먹은 영애씨17’과 ‘레드’에 앞서서도 TV와 무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이를 통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선역부터 보는 것만으로 치를 떨게 만드는 악역까지 다채롭게 소화했다. 이에 오늘날의 ‘명품배우’ 수식어를 만들어준 정보석의 캐릭터 역사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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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연극 '길 떠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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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속 허당 아빠 VS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속 천재 화가

2009년은 정보석에게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과 연극 ‘길 떠나는 가족’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해였다.

정보석은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데뷔부터 쭉 훤칠한 외모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정보석. 그러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유치한 성격의 능력도 없는 ‘허당’ 캐릭터로 완벽히 변신했다. 이에 극 중 장인(이순재)에게 구박받고 가사도우미(신세경)에게 경쟁의식을 느끼는 모습들을 실감나게 표현, 안방극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그런가 하면 이에 앞서 출연한 ‘길 떠나는 가족’에서는 천재 예술가로 무대에 오른 바다. ‘길 떠나는 가족’은 화가 이중섭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작품. 정보석은 이전부터 연기하고 싶었다는 이중섭 캐릭터를 맡아 소원을 이루게 됐다. 예술가로서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부터 전쟁을 겪은 뒤 피폐해져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까지 폭 넓게 소화하며 새삼 연기력을 증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라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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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조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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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자이언트’ 속 극악무도한 친일파 VS 연극 ‘시집가는 날’ 속 바람둥이 양반

2010년 정보석은 SBS ‘자이언트’와 연극 ‘시집가는 날’을 통해 시대극으로 들어갔다.

‘자이언트’의 조필연은 정보석의 인생캐릭터로 꼽힌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 2010년의 강남개발사를 다룬 ‘자이언트’에서 정보석이 맡은 조필연은 악의 근원으로 묘사됏다. 일제 강점기 경찰 간부를 지낸 친일파로, 독립 후에도 국회의원 직에 오르며 자신이 가진 부와 권력을 공고히하는 데만 혈안이 된 인물이다. 이를 통해 정보석은 당시 ‘신들린 연기’라는 극찬을 받을 만큼 악랄한 얼굴을 보여줬다. 특히 작품 종영 후 한 인터뷰에서 “악당의 죽음에 눈물이 날 수 있게” 연기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 실제 ‘자이언트’에서 그려진 조필연의 죽음은 정보석의 열연 덕분에 아직까지도 시청자들 사이에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같은 해 정보석은 연극 ‘시집가는 날’에서 바람둥이 양반으로 180도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오영진의 대표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정보석은 지체높은 김판서 댁 아들 미언을 맡았다. 타고나기를 세련된 외모 덕분에 캐스팅부터 캐릭터에 꼭 어울린다는 호평을 들었다. 무엇보다 당시 정보석은 ‘시집가는 날’을 통해 교수로 몸담았던 수원여자대학교 출신 제자들과 호흡을 맞춘 바, 스스로 “명색이 교수인데 제자들에게 밀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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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서울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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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속 맑은 영혼의 소유자 VS 연극 ‘우어 파우스트’ 속 영혼을 판 남자

2011년 정보석은 MBC ‘내 마음이 들리니’와 연극 ‘우어 파우스트’로 상반된 영혼을 보여줬다.

정보석은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지적장애인 봉영규를 맡았다. 그의 정신연령은 고작 7세에 불과하지만 의붓 딸 우리(황정음)에 대한 부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했던 인물이다. 정보석은 아이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말투와 미소로 봉영규의 맑은 영혼을 표현했다. 이는 그가 전작 ‘자이언트’에서 보여준 모습과 대비돼 시청자들로부터 ‘역시 정보석’이라는 호평을 이끌었다.

그런 반면 ‘내 마음이 들리니’가 끝난 뒤 출연한 ‘우어 파우스트’에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남자, 파우스트를 맡아 인간의 깊은 고뇌를 관객들 앞에 펼쳐냈다. ‘우어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의 초고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주인공을 천재적인 능력자로 보는 대신 고민에 가득찬 중년 남성으로서 바라보며 ‘파우스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49세에 ‘우어 파우스트’를 만난 정보석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여내 무대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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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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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속 비겁한 왕 VS 연극 ‘햄릿’ 속 고뇌하는 왕자

2013년 정보석은 MBC ‘불의 여신 정이’와 연극 ‘햄릿’을 통해 비극에 처한 왕과 왕자로 각각 변신했다.

‘불의 여신 정이’는 동명 소설을 재해석한 드라마로, 조선시대 선조 때를 배경으로 최초의 여성 사기장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뤘다. 여기서 정보석이 맡은 역할은 선조였다. 선조는 역사 속 조선의 슬픈 시대를 대변하는 왕이다. 아들(광해)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혔으며, 전쟁(임진왜란) 때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것으로 기록되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불의 여신 정이’ 속 선조. 정보석은 그의 옹졸한 마음과 비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후 무대에 오른 ‘햄릿’에서도 정보석의 열연은 계속됐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타이틀 롤을 거머쥔 것이다. 이 작품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아버지의 시해와 어머니의 변심, 숙부의 배신을 지켜보며 번뇌하고 미쳐가는 모습을 담는다. 이에 따라 다시 한 번 왕실의 인물을 연기하게 된 정보석은 캐릭터의 지위보다는 그 자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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