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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女컬링 지도자 횡령 확인…`팀 킴` 9000만원 못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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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렸다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대표팀 '팀 킴'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상북도·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선수들의 호소문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팀 킴(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초희)은 호소문을 통해 그동안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과 딸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감독, 사위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감독에게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팀 킴은 김 전 직무대행과 감독들 도움을 받아 높은 자리에 올라왔지만 욕설과 폭언에 모욕감을 느껴왔고 각종 대회 포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전 감독의 자녀 어린이집 행사에 팀원들이 동원돼 사인을 하는 등 언제부터인가 세 지도자가 자신들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 등은 호소문에 근거해 같은 달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합동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선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도자 가족들에게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경기 내적인 지도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금도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 감사반은 지도자들이 총 9386만원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았으며 해외 전지훈련비, 국내 숙박비 등을 이중 지급받는 등 국고보조금, 경상북도보조금 등 약 1900만원을 부적정하게 집행·정산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팀 킴의 호소문 발표 직후 개인적인 자료까지 제출하며 부당한 정산은 없었다고 반박한 장 전 감독 주장과는 다른 결과다.

지도자 가족이 친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하거나 의성컬링장을 사유화하는 등 경북체육회 컬링팀 자체를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김 전 직무대행은 조카를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채용했고, 사위인 장 전 감독을 합당한 행정 절차 없이 트레이너로 계약했다. 딸인 김 전 감독은 2015년 이후 선수로 활동하지 않았음에도 '우수선수'로 영입해 특혜를 줬다.

김 전 직무대행이 의성컬링센터를 사유화하면서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은 2014년부터 약 5억900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4억원 규모 컬링장 매출을 축소해 신고하고 컬링장 사용료(약 11억2870만원)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등 조세 포탈 정황도 추가 적발됐다.

감사반은 경찰에 지도자 가족에 대한 업무상 횡령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또 국세청에 조세 포탈 내용을 통보하기로 했다. 이 밖에 대한컬링경기연맹·의성군 등에 기관 경고·주의를 내리는 등 총 62건의 감사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팀 킴도 이날 감사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팀 킴의 맏언니 김영미는 소속사를 통해 "저희가 호소문을 통해 말씀드렸던 내용이 사실로 확인돼 후련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금 관련해 의심만 있었지 이렇게 많은 금액이 부당하게 취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많이 놀랐다"고 덧붙였다.

김영미는 "계속 응원해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저희 팀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직무대행 일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호소문에서 지적된 사항과 감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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