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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LG 카지노 사진 후폭풍…템플스테이 같은 스프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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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파친코 금지령’ 내리는 등

구단들 캠프서 ‘조심 또 조심’

“잣대 가혹” “문화 개선 기회”

KBO, 품위손상 등 기준 두기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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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커다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존 경쟁으로 긴장감이 넘치는 스프링캠프는 속세와 연을 끊고 참선을 경험하는 ‘템플스테이’를 닮았다. 캠프 현장에서는 “가혹하다”는 불만과 함께 “이 기회에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1일 공개된 호주 카지노의 사진 한 장이었다. LG 선수들이 사진에 담겼다. 상습성이 없었고, 금액이 작아 법률상 문제가 없었지만 팬들의 비난이 거셌다. KBO는 지난 18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선수들에게 엄중경고, 구단에 500만원 제재금 부과를 결의했다.

사진이 공개된 뒤 미국과 일본, 대만에 차려진 캠프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카지노는 물론이고, 일본 캠프지 인기 장소였던 ‘파친코’ 출입 금지령도 퍼졌다. 훈련 없는 휴식일, 식당에서 술 한잔 하는 일도 조심스러운 일이 됐다. 사진 또는 증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질 경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LG는 사건 발생 이후 “선수단 교육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카지노는 물론 카지노가 포함된 쇼핑센터도 기피 장소가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공식적으로 ‘파친코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롯데 역시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파친코 출입 금지를 선수단에 강조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구단의 ㄱ단장은 “선수단 관리·운영 책임을 맡는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프링캠프는 ‘생존 경쟁’ 때문에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훈련 효과를 고려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중요하다”면서 “법률상 문제 없는 일까지 금지하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구단의 ㄴ선수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고, ㄷ선수는 “사람들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이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갈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이번 사태 제재 이유로 ‘품위 손상’을 들었다. 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사회적 물의, 품위 손상이라는 기준이 불명확하다. 현행법 위반이 아닌데도 징계를 통해 범죄자처럼 되는 일이 문제”라고 말했다. 기준이 불명확하다보니 선수들 스스로 ‘자기 검열’을 강화하게 되고,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를 계기로 아예 캠프 문화를 바꾸는 게 좋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껏 도박, 음주(음주운전 제외) 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지적이다. ㄹ선수는 “솔직히 외국인 선수들은 파친코 안 한다. 그들이라고 스트레스 없겠나”라고 말했다. SK구단 관계자는 “최근 어린 선수들은 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콘솔 게임기를 가져와 즐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ㄱ단장은 “스프링캠프지에서 선수들이 골프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고참 몇 명에게만 허용됐지만 이제 분위기를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KBO는 지난 11일 조직개편을 통해 ‘클린베이스볼센터’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리그 공정과 품위 회복을 위해 제재 규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적발 시 50경기, 측정 거부 때 70경기, 음주 접촉사고 90경기, 대인 사고 120경기 등의 출전 징계를 받는 식이다. 메이저리그처럼 가정폭력 등 폭력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도 정했다.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 행위, 종교·인종 등에 따른 차별 행위 등의 징계 규정도 사안에 따라 정했다.

KBO는 ‘품위 손상’에 구체적인 기준도 만들기로 했다. KBO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캠프지 도박 관련 문제는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준 설정이 쉽지 않다”면서도 “현장, 구단, 선수 등 여러 목소리를 들어 3월 중순까지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균·이정호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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