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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의대 증원 규모 ‘2000명’보다 줄었지만…의협 회장 “의료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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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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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정부 당초 방침인 ‘2000명’보다 줄어든 1500명 안팎으로 정해졌지만 의사단체가 “증원 계획을 뜯어고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오는 3일 전국 주요병원 의대 교수들이 하루 휴진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일 공개한 내년도 전국 의대 모집인원은 정원이 늘어난 31개 대학에서 1469명으로 집계됐다. 미결정한 차의과대 증원분을 더하면 최대 1509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부로서는 학교별 자율모집을 허용해 2000명 증원 방침에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정부는 ‘1년 유예’ ‘의대 증원 중단’ 등의 요구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요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연일 의료계에 대화하자고 주문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의료개혁특위 출범으로 사회적 논의의 장이 마련됐고, 이와 별개로 정부는 의료계와 일대일 협의체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총 218개 전공의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1년간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병원 여건에 따라 24∼30시간으로 자율적으로 줄이고, 정부는 이들 병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의사단체는 여전히 강경하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으로 규정했다. 임 회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를 비롯해 진료 현장에서 겪는 각종 불합리한 정책들은 하나하나 뜯어고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겠다”며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대한민국의 의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의협 회원들을 향해 “우리가 갈등에 빠져 분열되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것으로, 철저한 통제 속에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며 내부 단결을 강조했다. 의협 새 집행부가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데 대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의한 적 없다”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의사단체들 사이에선 대정부 대응방식을 두고 이견이 나오지만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대부분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의료계는 특히 서울고등법원이 지난달 30일 “5월 중순까지 의대 증원 최종 승인을 하면 안 된다”며 정부 측에 정원 산출의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할 여지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정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 집단이 검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 측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에 이어 증원 중지가 인용되면 정부가 추진해온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 증원’도 효력이 정지된다”고 주장했다.

의료공백 상황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오는 3일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계명대병원 소속 일부 교수들이 하루 휴진한다. 울산대 교수 비상대책위는 당일 오전 9시 서울아산병원 정문에서 피켓팅 시위를 벌이는 데 이어 의료정책·의학교육 관련 비공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을 원칙으로 개별적으로 휴진일을 정하고 있는데, 특히 금요일을 선호해 3일에는 지난달 30일보다 휴진 교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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