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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KBO 윈터미팅이 열렸다. KBO리그의 여러 제도들에 대한 논의의 장이었다. 발표자로 나선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앤드루 밀러 총괄부사장은 메이저리그의 데이터를 통한 야구단 혁신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경기 운영 전략 수립 및 매출 극대화를 위해 데이터 활용이 늘었다는 게 골자다.
밀러 부사장은 데이터에 따라 팬을 5단계로 구분하고 이들 분포에 따라 구장의 이벤트, 경기 시간 등의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열혈 팬이 많이 찾는 때, 가족 관중이 많은 때를 구분해 기념품의 종류를 결정하고, 경기 개시 시간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이저리그의 토요일 경기 개시 시간은 구단마다 다르다. 오후 5시30분~7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오후 1시 또는 3시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구단마다 매출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한다. 대부분 구단이 ‘어린이 팬을 위한 이벤트’를 일요일에 열지만 탬파베이는 화요일이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KBO리그가 38번째 시즌을 맞는다. 10개구단 체제로 맞는 5번째 시즌이다. 준플레이오프 제도 도입(1989년) 이후로는 31번째 시즌에 들어간다. 3월23일 개막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빠르다.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에 대비한 일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인구의 반발력 하향조정이다.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극심한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스프링캠프에서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더 큰 변화 압력이 존재한다. 리그 참가 구단들의 ‘자생력 강화’다. 구단들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KBO리그 전체가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면서 리그 연봉 총액도 감소했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가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다른 구단들이 수익 확대에 적극적인 것도 이유로 풀이된다.
형식적, 질적 변화 압력이 큰 가운데 2019 시즌은 KBO리그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BO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한 섬세한 전망이 필요하다. 국가대표 성적에 대한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KBOP는 지난해 10개 구단과 함께 팬 4000명을 조사했다. 팬들은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함께 응원하는 것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 이미지에 대해서는 “팬들의 충성도가 높다”와 “응원문화가 재미있다”고 답했다. 해당 구단을 응원하는 이유로는 “지역 연고”와 “좋아하는 선수, 감독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한국 야구는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높은 팬 충성도에 고유의 열광적인 응원문화가 결합된 형태다.
또 다른 의미 있는 결과도 나왔다. 팬들이 원하는 경기 시간은 예상외로 오후 6시가 많았다. 경기 초반을 못 봐도 좋으니, 결과를 보는 걸 원한다는 뜻이다. 강력한 선발 야구보다는 경기 후반 불펜 야구가, 팽팽한 투수전보다는 경기 후반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가 더욱 ‘KBO 스타일’에 어울린다.
한국 야구의 미래는 ‘우리 선수’를 키우고, 더욱 시끌벅적한 응원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키는 7~8회다. 롯데의 ‘봉다리 응원’, 한화의 ‘육성 응원’, 두산의 ‘휴대전화 불빛 응원’, LG의 ‘열광 응원’ 등이 모두 7~8회다. 한국 야구의 매력은 9시부터 시작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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