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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보디빌딩을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과 이기흥 회장의 검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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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보디빌딩협회를 둘러싼 움직임이 수상하다. 물밑 움직임이 부산한 것은 물론 약삭빠르고 교활한 자들의 회합도 잦다. 단순한 움임직과 낌새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맥락적 흐름과 입체적 정보를 이리저리 맞춰보면 우려할 만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움직임과 맞물려 최근 대한체육회는 보디빌딩 측에 강한 경고사격(?)까지 가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도핑적발을 이유로 올해 전국체전부터 보디빌딩을 정식종목에서 시범종목으로 강등하겠다고 통보했다. 체육개혁의 흐름에 맞는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는데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체육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다단하고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게 이쪽 세계의 생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표면적인 정보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이 왜곡되거나 영영 은폐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 감히 펜을 들었다.

현재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는 보디빌딩협회는 체육개혁의 대상인 J씨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정의의 편에 서야할 체육회가 보디빌딩과 관련해서는 영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체육회가 J씨의 편에 서서 여러가지 편의를 봐주고 있는 정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전국체전 시범종목 강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J씨가 이끌고 있는 특정파벌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낚싯밥일 가능성이 크다. 관리단체로 지정된 보디빌딩협회 입장에선 체육회가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갑’이나 다름없다. 그 ‘갑’이 보디빌딩을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강등시켰다면 보디빌딩 쪽에선 당연히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산전수전 다겪은 체육 마피아인 J씨는 “이러다가 우리 모두가 죽게 생겼다”면서 “대한체육회와 친한 인사를 새 회장으로 옹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게 뻔하다. 이게 바로 관리단체로 지정된 보디빌딩협회를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의 실체다.

대한체육회를 이끄는 이기흥 회장은 구렁이 너뎃마리쯤은 품었다는 정치인보다 더 노회하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체육을 사유화하는 그의 주도면밀한 스킬에 웬만한 정치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 뛰어난 재능을 체육 발전을 위해 쓰면 오죽 좋으련만 아쉽게도 철학과 배움이 부족한 탓인지 욕심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유의 질감과 깊이는 차치하고 적어도 욕먹을 사람은 체육계로 데려오지 말아야 하는 게 체육회장의 임무라면 그는 낙제점이다.

보디빌딩을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은 이 회장과 관련성을 띠고 있는 게 확실하다. 바로 이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L씨가 보디빌딩 새 회장으로 온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어서다. 이미 이 회장의 ‘이너서클’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L씨 역시 체육계 인사들을 접촉하고 다니고 있는 게 확인됐다. 체육회장 선거 마다 ‘킹메이커’를 자처한 L씨는 그동안 체육계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던 반개혁적 인사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출연금을 낼 수 있는 경제 능력이 없는 L씨는 이미 한차례 관리단체 위원장을 거친 뒤 해당종목 협회장에 무혈입성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그 협회는 L씨의 사유화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L씨의 아들까지 간여한 게 드러나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체육단체 수장으로 복귀하려는 시도는 시대정신은 물론 체육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정서에도 결코 맞지 않다.

L씨의 보디빌딩협회장 옹립 움직임에 체육회가 조직적인 역할을 한 정황은 여기저기서 감지되지만 체육회는 시치미를 뗄 게 뻔하다. 새 회장은 보디빌딩 내부에서 결정하는 일이라 체육회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자신의 측근 인사를 체육단체 수장으로 영입하는 게 이 회장이 즐겨 쓰는 체육회 사유화의 수법이라는 사실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현재 관리단체로 지정돼 체육회의 감독을 받고 있는 5개 단체들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개혁은 마다하고 체육권력 유지에 혈안이 된 이 회장의 ‘검은 욕심’이 과연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까. 보디빌딩을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에 체육계의 날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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