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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일그러진 롯데의 백기, 그리고 굴욕과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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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주간 성적 4승 2패로 공동 1위다. 두 번의 3연전을 모두 위닝시리즈로 마친 팀은 롯데뿐이다. 승패차 0(7승 7패)으로 5할 승률이다. 하지만 10개 팀 중 가장 표정이 일그러졌다. 홈에서 한 번 더 굴욕을 맛봤다.

롯데는 7일 사직 한화전에서 1-16으로 졌다. 15점차 패배였다. 3월 27일 사직 삼성전의 4-23, 19점차 대패보다 적었다.

그러나 내상은 더 크다. 한화는 16점을 3회에만 뽑았다. 롯데는 한 이닝 최다 타석, 안타, 타점, 득점 신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매일경제

롯데는 7일 사직 한화전에서 한 이닝 최다 실점 기록을 세웠다.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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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또 장시환의 홈 등판 경기였다. 이번에도 3회가 문제였다. 2회까지 깔끔하게 막아내던 장시환은 3회 제구 난조를 보이더니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고 무너졌다. 장시환의 홈 평균자책점은 무려 23.14다. 피안타율이 0.478에 달한다.

윤길현이 바통을 받았지만 냉정히 말해 그의 공은 ‘배팅볼’ 수준이었다. 공은 높거나 몰렸다. 한화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배트에 맞혔다. 타구도 멀리 날아갔다.

한 이닝 16실점까지 할 상황도 아니었다. 롯데는 장진혁과 오선진이 잇단 내야 타구를 온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내야 수비마저 정신을 놓았다. 정근우의 우익수 뜬공과 함께 8실점으로 끝낼 수 있던 상황이었다.

롯데의 주간 실책은 1개. 10개 팀 중 최소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하나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롯데가 자초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벤치도 손을 놓고 있었다. 타선이 두 바퀴 돌고 지성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서야 세 번째 투수(김건국)이 등장했다.

윤길현은 49개의 공을 던졌다. 백기를 들었다. 자존심도 버렸다. 투지는커녕 의지도 없었다.

궂은 날씨에도 사직구장을 방문한 6556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롯데 팬으로선 귀중한 휴일에 돈과 시간을 낭비한 꼴이었다.

치욕이다. 단순한 1패가 아니다.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지울 수 없는 가슴 속 상처다.

롯데의 평균자책점은 5.12에서 5.46이 됐다. 그나마 16실점 중 자책점은 8점이었다. 그렇다고 위안을 둘 상황도 아니다.

롯데는 오름세를 탈 흐름마다 미끄러지고 있다. 3연승에 도전할 시기마다 무너졌다. 세 번이다. 4일 문학 SK전에서도 4점차 리드를 못 지키더니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롯데가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다.

롯데는 14경기 88실점으로 최다 실점 1위다. 최소 실점 1위 LG(38실점)보다 무려 50실점이 많다. 세 번의 대량 실점(총 51실점) 때문이다.

어느 팀이나 장기 레이스에서 때에 따라 마운드가 붕괴하기도 한다. 지난해 93승을 거둔 두산도 시즌 초반 20실점 경기가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너무 빈번하다는 게 문제다. 14경기 만에 세 차례다.

롯데는 지난해 최다 실점(846) 1위였다. 2015년(802실점)과 2016년(865실점)에도 각각 2위와 4위였다.

2017년에는 701실점(8위)으로 10구단 체제 들어 유일하게 800실점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을야구를 펼친 유일한 시즌이었다. 수비가 단단하지 않다면 높은 곳을 바라보기 어렵다.

롯데의 시즌 초반 대량 실점은 처음이 아니다. 개막 7연패를 했던 2018년에도 14경기까지 92실점을 했다. 올해보다 더 실점이 많았다. 두 자릿수 실점도 세 번이었다. 하지만 올해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롯데 팬마저 상대 선수의 이름을 연호할 정도로 등을 돌리지 않았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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