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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법적으론 청소년·느낌으론 아재…KT 투수 손동현 “주자 있는 게 더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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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최연소’…노하우는 베테랑

“피자보다 회·아이돌보다 발라드”

경향신문

불펜에서 대기하며 웃고 있던 막내가 등판하면 돌변하는 모습에 형들은 ‘악당’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2001년 1월생인 ‘최연소 선수’ 손동현(18·KT·사진)이 특별한 배짱과 승부근성으로 젊은 투수 갈증을 느끼던 KBO리그에 단비가 되고 있다.

손동현은 법적으로 아직 청소년이다. 그러나 타고난 성격과 마음을 다스리는 노하우는 베테랑 같다. 손동현은 “성격이 원래 여유롭다. 힘들 때도 그냥 좋게 생각하려 하다보니 항상 웃는 것 같다”면서 “화를 잘 못 내고 내본 적도 별로 없다. 뭘 해도 느린 편인데 먹을 때만 빠르다”며 웃었다. 보통의 고교생들과는 취향도 다르다. 손동현은 “피자 같은 것보다는 회가 정말 좋다”며 “좋아하는 아이돌은 없고, 조용하고 차분한 발라드를 좋아한다. 옛날 가요도 많이 듣는다. ‘아재 취향’이라고들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8세 소년은 베테랑처럼 변한다. 웃는 얼굴로 올라가 매섭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 그래서 KT 투수 고참 전유수(33)는 손동현을 ‘악당’이라고 부른다. 손동현은 “마운드 위에서는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학교 다닐 때부터 주자 있을 때 주로 등판해서 그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선배 포수의 사인을 거부한 일화가 이미 유명하다. 손동현은 지난 7일 LG전 6회 1사 만루에 LG 대타 유강남을 맞아 포수 장성우가 낸 변화구 사인에 고개를 젓고 직구만 3개를 던졌다. 3루수 병살타로 끝낸 손동현은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손동현은 “상대가 더그아웃에 있다 나와 빠른 공 대응이 늦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인을 냈다 ‘거부’당한 포수 장성우는 “어린 투수들은 올라오면 스트라이크 던지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동현이는 데뷔전(3월24일 SK전)에서도 무사 1루에 나와서 주자를 신경쓰면서 잡는 게 보통 애가 아니다 싶었다”고 극찬했다.

데뷔 후 첫 실패도 뼈아프게 여기고 있다. 손동현은 3월26일 NC전에서 8-8이던 연장 11회말 모창민에게 초구에 끝내기 솔로포를 맞았다. 손동현은 “공 하나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하나에 최선을 담지 못하고 너무 쉽게 던져 맞았다.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손동현은 또 “대한민국 대표팀에 우완 에이스가 없다고들 한다. 나중에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가 되고 싶다”고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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