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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LG-두산, 천적 관계 '노'- 지독한 라이벌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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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수 등 LG 선수들이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5-2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2019.04.13.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엎치락뒤치락 천적관계, 차이는 종이 한장.’

잠실 ‘한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의 천적관계 지형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LG는 지난해 두산에 1승15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못했는데 올해 첫 대결에선 먼저 2승을 거두며 반격의 서막을 열었다. 경기 내용도 투수엔 투수, 타격엔 타격으로 맞서며 결코 밀리지 않는 전력을 보였다. 두산은 LG에 첫 두 경기를 내주며 화들짝 놀랐지만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14일 경기에서는 직전 두 경기 졸전에 대한 설욕이라도 하듯 호투와 호수비가 연속해서 나오며 반격의 1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2승1패로 LG가 우위를 보였지만 지독한 라이벌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두 팀의 대결은 전력도 전력이지만 신경전과 기세에 의해서 승부가 좌우된다. 지난해 두산이 LG에 15승1패로 절대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일방적으로 앞서거나 밀리는 경기는 없었다.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승부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LG 류중일 감독은 경기전 두산전 선전 비결에 대해 “상대 타격이 지난해만 못 한 것 아닌가. 최주환과 오재일 두 명이 없다. 우리는 불펜이 좋아졌다. 끝까지 지켜주니 역전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양팀의 전력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적에 대해서는 “지난해엔 우리가 안좋아질 때인 중반 이후에 많이 붙었다. 특히 7월 8-1로 리드하던 경기를 역전패하며 꼬였다”고 아쉬워했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 만큼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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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난데스 2019.4.14 잠실|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달라진 LG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질문을 받자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못 했다. 타자들이 못 쳤다”고 대답했다. LG의 달라진 불펜에 대해서도 “LG 불펜은 본래 좋았다”고 말을 아꼈다. 두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행간에 라이벌전의 기싸움을 읽을 수 있다.

경기전 분위기는 경기에 그대로 이어졌다. 두산이 1-0으로 리드하던 3회초 무사 2루에서 외국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LG 선발 배재준의 투구에 옆구리를 맞았다. 페르난데스는 배재준을 노려보며 불만을 표시했고, 배재준도 밀리지 않겠다는듯 얼굴을 붉혀 험악한 분위기가 됐다. 벤치클리어링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두산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맞혀놓고 왜 저래’라며 배재준의 태도를 슬쩍 문제삼은 것이었다.

평소 항의가 많지 않은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온 이유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두산은 올시즌 초반 유독 타선이 부진한데다 수비에서 실책도 자주 나오는 등 뭔가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이날 사건을 계기로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우익수 박건우는 3회말 수비에서무사 1루에서 정주현의 안타성 타구 때 앞으로 쏜살같이 뛰어나와 몸을 던져 잡아내며 병살플레이를 완성시켰다. 최근 감이 안 좋았던 타자들도 기관총처럼 폭발했다.

늘 그렇듯 두 팀간엔 전력만으로 잴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2017년엔 LG가 3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두산이 똑같이 반격했다. 시즌 최종 결과는 두산의 9승6패 우위. 이전 2000년대 중반 LG가 암흑기를 지나고 있을 때도 두산에는 밀리지 않았다. LG 입장에선 다른 팀에 다 져도 두산엔 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두 팀의 통산전적을 봐도 351승 17무 305승으로 두산이 근소하게 우위에 있을 뿐 팽팽하다. 다시 불붙은 라이벌 경쟁에 잠실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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