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요구 날로 커져…제작비 조달 창구 기능 기대도"
'배가본드' 스틸컷 |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넷플릭스가 SBS TV 새 드라마 '배가본드'와 MBC TV 새 드라마 '봄밤'을 시작으로 국내 지상파 작품 동시방영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들은 넷플릭스에 동시방영을 전제로 신작을 판매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회피해왔다. 그러나 날로 힘이 세지는 제작사들이 넷플릭스 판매를 요구하면서 지상파들도 이를 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방송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는 9월 이승기-수지 주연의 '배가본드'를 SBS TV와 동시에 방영할 예정이다. '배가본드' 제작사인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는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인 소니픽처스 텔레비전과 협약을 맺고 한미 동시 배급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됐다.
'봄밤' 한지민(왼쪽)과 정해인 |
넷플릭스는 이에 앞서 다음 달 22일에는 한지민-정해인 주연의 '봄밤'을 MBC TV와 동시에 방영한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 "'봄밤' 한국 방영 후 1시간 후에 아시아권과 대다수 영어권 지역에 공개하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6월 1일부터 한 주에 2개 에피소드씩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7월 12일에는 미국·멕시코·노르웨이·일본에 전편이 공개된다.
'봄밤' 판매 역시 제작사인 제이에스픽쳐스가 MBC와 편성을 논의하는 단계에서부터 넷플릭스 공급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과거 넷플릭스에 구작을 판매했던 사례도 지상파가 주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판권을 가진 제작사가 주도한 것"이라며 "최근 제작사들의 힘이 세지고, 제작비도 많이 투입되는 작품이 많다 보니 넷플릭스 판매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지상파들의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푹(POOQ)과 SK텔레콤 간 업무협약 때 방송사별로 넷플릭스에 2편 이내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구두 협의도 있었다. 덕분에 지상파 작품의 넷플릭스 동시방영 흐름은 앞으로 더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에서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재원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제작비 조달 창구로 기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지상파 고위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은 이미 TV 플랫폼에서 OTT로 넘어가고 있어서 (넷플릭스 동시 상영은) 재원 확보의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라며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세계화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무조건 배타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디즈니 등 OTT 시장에 뛰어드는 '공룡'들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배가본드'와 '봄밤' 외에 이미 '미스터 션샤인' 등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CJ ENM의 신작 '아스달 연대기', '어비스' 등의 동시 방영도 추진 중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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