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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페르난데스, 페다지니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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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페르난데스 2019.4.23 고척돔|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페르난데스에게서 페타지니의 향기가 난다.’

국내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21년간 국내프로야구를 거쳐간 타자 중 최고는 누구일까.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원년인 1998년 홈런왕을 차지하는 등 5년간 한국무대를 누빈 타이론 우즈(두산),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으로 한수 위의 기량과 파워로 강한 임팩트를 남긴 펠릭스 호세(롯데), 프로야구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을 개설하며 시즌 MVP를 차지하기도 한 에릭 테임즈(NC) 등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이름이 빠지면 서운한 선수 중 하나가 2008~2009년 LG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다.

미국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페다지니는 2008년 중반, 서른 여덟살의 나이에 한국무대를 밟았다. 그 해 타율 0.347에 7홈런으로 예열을 하더니 2009년엔 풀타임을 뛰며 타율 0.332(6위)에 26홈런 100타점으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쳤다. 출루율은 무려 0.468로 1위에 등극했다. KBO 역대 최고 출루율 기록(0.503)은 2003년 펠릭스 호세가 보유하고 있지만 선구안만 놓고 보면 페타지니가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엄청난 위압감을 지닌 호세는 상대가 정면승부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페다지니는 기계같은 초정밀 선구안과 타격기술을 자랑했다. ‘심판보다 스트라이크존이 정확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두산의 새 외국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페타지니를 연상케하는 빼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2019KBO 프로야구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4일까지 103타수 43안타 타율 0.417에 23득점 23타점 5홈런을 기록했다. 타율, 최다안타, 득점, 출루율(0.487)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볼넷 16개를 고르는 동안 삼진은 8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선구안에 비해 장타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지만 5홈런에 장타율 0.641로 만만치 않은 힘도 자랑하고 있다. 키움 제리 샌즈 등의 파워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도 탁월한 스윙기술과 노림수로 극복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홈런·타점왕을 차지했던 페타지니는 한국에서 뛸 때는 무릎도 안좋고 나이도 많아 파워가 많이 떨어졌지만 뛰어난 선구안과 타격기술로 이겨내며 26홈런(6위)을 때렸다.페다지니는 한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마흔살에 일본프로야구에 컴백하기도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페르난데스의 타격에 대해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잘 친다. 모든 공에 타이밍을 맞춘다. 수준급의 타격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선구안도 좋고 신중하다”고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제 겨우 28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상대 구단들의 분석이 더 가해지면 어느 정도 수치는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이미 최고의 외국인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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