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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최경주 "32년간 공 700만개 쳐… 절반은 벙커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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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오픈 19번째 출전, 1언더파 52위로 1라운드 마쳐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한 KPGA(한국프로골프)투어 2019 SK텔레콤 오픈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갤러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 '터줏대감'이 있다. 바로 최경주(49)이다. 그는 이 대회에서 2003, 2005, 2008년 세 차례 정상에 올라 대회 최다 우승자로 이름이 올라 있다. 올해 19번째 출전으로 역대 최다 출전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최경주는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를 치며 공동 52위를 기록했다. 4번홀(파3)에선 정교한 티샷으로 홀인원을 잡을 뻔했다.

한국 나이 쉰이 된 그는 작년 PGA(미국프로골프)투어에 병가를 내고 5개월을 쉬었다. 갑상샘 수술을 받고 체중도 14㎏을 줄였다. 뒤에서 보면 예전 PGA투어를 호령했던 '탱크'의 위용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샷은 여전히 날카롭고 정확했다.

개막에 앞서 만난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지금 몸이 가장 좋다. 체중이 많이 나갈 땐 골프가 귀찮아지기도 했는데, 가벼워지니 매일 아침 일어나면 공을 빨리 치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비행기가 이륙할 땐 막 흔들리다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 안전벨트를 풀어도 좋다는 안내가 나오듯, 이젠 안정적인 최경주만의 골프를 보여줄 준비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골프채를 마치 야구 스윙 준비하듯 어깨에 걸친 최경주. 그는 골프 초심자에게 조언을 해 달라고 하자 “골프는 공이 떠야 재미있는 스포츠”라며 “처음 배울 때 친구나 동네 형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아야 공이 잘 뜬다. 일단 배우면 오래 써먹을 수 있으니 제대로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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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지난달 PGA투어 RBC헤리티지에서 톱10에 들었다. 4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올랐다가 마지막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해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아직 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던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해는 2011년이다. 최경주는 PGA투어 통산 8승을 거뒀다.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이 최전성기를 누렸을 때 함께 경쟁해 이룬 8승입니다. 완도에서 자란 역도선수가 골퍼가 돼 이룬 기록이니 이 정도면 성공한 커리어죠. 단, 마스터스는 아직 미련이 남아요. 절대적인 파워가 요구되는 다른 메이저 대회와 달리 오거스타는 그린 주변에서 제 경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가 있거든요."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골프 인생 32년 동안 하루 평균 600개가량 매일 공을 쳤다고 한다. 지금까지 친 공만 700만개 정도 되는 셈인데, 절반 정도가 벙커샷이었다고 한다. 그는 "약간의 실수가 허용되는 잔디와는 달리 벙커에선 일정한 힘과 각도로 모래를 정확하게 파야 원하는 곳에 공을 세울 수 있다"며 "벙커샷을 정밀하게 칠 수 있다면 잔디 위 모든 샷을 일정하게 칠 수 있다. 벙커샷이 모든 샷의 기초라고 믿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요즘 대회가 없는 주말이면 하루는 아예 가족을 위해 비워놓는다고 했다. 그는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뒀다. 열여섯 살 막내아들은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고 있는데, 대회장에 따라나간 최경주는 아들이 보기를 하면 팔굽혀펴기 20개, 더블보기를 하면 40개를 즉석에서 한다고 했다. 아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그만의 체력 단련법이다.

"골프에 한창 매달리던 시절엔 가족에게 소홀했어요. '스투피드(stupid·어리석은)'한 삶이었죠. 골프 커리어로는 넉넉하게 언더파를 쳤지만, 남편과 아빠로는 매일 오버파였죠."

PGA투어에선 3승 이상을 기록한 한국인 골퍼는 최경주가 아직 유일하다. 하지만 최경주는 "실력은 분명 있으니 자신을 믿고 치다 보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강성훈처럼 준비가 잘돼 있으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을 바라보는 최경주의 눈에선 아쉬움이 가득했다.

"요즘 후배들 몸매도 좋고, 스윙도 참 예뻐요. 하지만 좀 더 개성 있게 공을 치는 선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캐릭터 있는 골퍼들이 늘어나면 한국 남자 골프 인기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인천=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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