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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단단해진' 최예림 "우승 놓치고 많이 울었는데, 금세 잊혀져"[두산 매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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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예림이 16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끝난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한 뒤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춘천 | 김용일기자



[춘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우승 못하고 많이 울었는데 금세 잊혀지더라.”

최예림(20)은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준우승한 뒤 펑펑 울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일 18번 홀(파4)에 선 그는 1m짜리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이승연에게 우승을 내줬다. 프로 첫 우승 앞에서 너무 긴장한 탓이다. 값진 준우승이었지만 파 퍼트를 놓친 트라우마로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쓴보약이 됐다. 이어진 메이저 대회 크리스 F&C 제41회 KLPGA 챔피언십에서 12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7위 등 호성적을 연달아 내면서 기지개를 켰다.

16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6246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조별리그 6조 2차전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전날 1차전에서 박채윤에게 2홀 차 패배를 당한 그는 ‘장타자’ 김아림(24)을 무려 5홀 차로 따돌리고 첫 승을 따냈다. 17일 이지현과 최종전에서 이기고 박채윤(2승)과 김아림(1승1패)의 결과에 따라 16강행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됐다. 매치 플레이는 일대일로 겨루는 대회여서 심리적 압박감이 크고, 특히 장타자와 맞붙으면 상황에 따라 부담이 배가 된다. 그러나 이날 최예림의 기세는 무서웠다. 김아림은 지난해 결승에 올라 비록 준우승했지만 박인비와 명승부를 펼치면서 이름 석자를 알렸다. ‘장타 여왕’다운 패기와 관록으로 매치플레이에 특화한 자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를 상대로 최예림은 거침이 없었다. 초반 1~4번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부담을 느낀 김 아림이 4번과 6번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했고 결국 후반에도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4개 홀을 남겨두고 최예림의 5홀 차 완승으로 귀결됐다.

그는 2차전 이후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초반에 경기가 잘 풀려서 편안하게 칠 수 있었다”며 싱긋 웃었다. 이날 쇼트퍼트에서 공이 굴러가는 방향이 거의 중앙을 향할 정도로 감각이 돋보였다. 최예림은 “어제 퍼트 실수가 많았다. 어깨가 들리면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실수가 나왔고 그립도 잘 풀렸다. 퍼터 그립 강하게 잡고 치는 연습을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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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이 김아림과 경기에서 3번 홀 버디 성공 이후 인사하고 있다. 제공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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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KLPGA



그는 프로 데뷔 이후 매치플레이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딱히 다른 느낌은 아니다”며 “스스로 플레이에 집중해서 치면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당돌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 선수 신경을 크게 안 쓴 것 같다. 너무 신경쓰면 말릴 수 있으니까, 오로지 내 할 것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래도 둘만의 경쟁인데 어떻게 신경을 아예 안 쓸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예를 들어서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마인드를 최대한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웃더니 “아림이 언니가 거리가 많이 나간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안 나간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에 말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넥센·세인트나인 대회 준우승 이후 멘탈도 더 강해졌다고 한다. 그는 “그때 우승 못하고 사실 많이 울었다. 힘들고 우울했다”며 “그런데 코치께서 ‘대회가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것이니 스트레스받지 마라’고 조언해주셨다. 그 말을 믿고 잘 따르니 금세 회복이 되더라”고 말했다. 단순히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한 눈물이 아니었다. 최예림은 “그날 경기가 잘 안 돼서 퍼터가 잘 맞지 않더라. 마지막에 떨리는 마음 때문에 하나를 채우지 못한 것에 스스로 실망을 많이 했다”고 씁쓸해했다.

어쨌든 쓴보약이 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 각오를 묻자 “내가 잘하면 올라가는 것이나, 상대가 또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니 오늘처럼 다른 선수 신경안쓰고 내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웃었다. 2년 차 최예림은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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