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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안 울려고 했는데…" 3년 전 준우승 한풀이 김지현, '지현 천하' 재점화 [두산 매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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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지현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직후 동료들에게 꽃잎 세례를 받으며 웃고 있다. 제공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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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KLPGA



[춘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안 울려고 했는데….”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가 홀 컵에 떨어지는 순간 3년 전 쓰라린 아픔이 싹 씻겨 내려갔다. 당시 슬픔의 눈물을 환희의 눈물로 바꿨다.

김지현(28·한화큐셀)이 ‘지현 천하’ 열풍 재점화를 알렸다. 그는 19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클럽(파72·6246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현수(27·롯데)를 상대로 6홀 차 완승하며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을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신고한 그는 지난해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이후 406일 만에 투어 통산 5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 1억7500만 원을 획득한 그는 상금 순위도 32위에서 4위로 수직으로 상승(2억2193만2763원)했다. 대상포인트도 31위에서 1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준우승 한풀이’에 성공해 더 뜻깊은 우승이었다. 그는 지난 2016년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연장 접전 끝에 박성현에게 우승을 내줬다. 3년 만에 결승전을 앞두고 “그때는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지금은 더 여유를 두고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독려했다. 조급함을 버린 김지현의 샷은 매서웠다. 이날 비가 쏟아졌지만 초반부터 경기를 지배했다.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잡은 그는 3~4번, 7번까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는 쾌조의 샷 감을 뽐내면서 이르게 4홀 차 앞서갔다. 긴장한 표정은 전혀 볼 수 없었다. 표정부터 동작 하나하나 자신에 차 있었다. 확신이 깃든 묵직한 샷을 날렸고, 퍼트는 정교했다. 4강전에서 대회 유일한 다승자(2승)이자 ‘매치 퀸’으로 불리는 김자영을 꺾고 올라온 김현수도 4번과 7번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6, 8번에서 보기를 범하는 등 김지현의 기세에 흔들렸다. 승기를 잡은 건 12번 홀(파5). 김지현의 세컨드 샷이 해저드 근처에 떨어졌지만, 절묘한 로브샷으로 공을 홀 옆에 떨어뜨리면서 버디에 성공했다. 파에 그친 김현수와 격차를 5홀 차로 벌렸다. 13번 홀(파3)에서 파로 비기면서 14번 홀(파4)에 돌입했는데 비기기만 해도 김지현의 우승이 가능했다. 김현수가 버디 퍼트에 실패한 가운데 김지현은 침착하게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면서 매치 퀸에 올랐다.

그는 우승 직후 방송인터뷰서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안 울려고 했는데”라고 울먹이더니 “너무 우승하고 싶은 대회였다”면서 그간의 마음 고생을 눈물로 대변했다. 감정을 추스르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지현은 “3년 전 너무 아쉽게 우승을 놓친 기억이 있다. 그때 이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며 “설욕하고 싶었다. 우승하게 돼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혼자 주문을 많이 했다. 나기기 전부터 주요 상황 작전을 짰는데 내 샷에 믿음을 갖고 했다”고 말했다. 12번 로브샷이 들어갔을 때 “우승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고 밝힌 김지현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더 집중하고 신중하게 쳤다”고 돌아봤다.

그저 얻어걸린 우승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하민송, 김해림, 이선화와 16조에 묶인 그는 2승1패를 기록하며 조 1위를 기록,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박인비. 초반 리드를 내줬으나 집념의 샷으로 2홀 차 역전승을 거뒀다. 8강에서는 지난달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자인 조정민을 만나 접전 끝에 1홀 차 신승하면서 ‘파죽지세’ 4강에 안착했다. 이날 오전 열린 4강전에서 그는 ‘동명’인 김지현2를 상대로 핑퐁게임을 벌이다가 1홀 차 승리를 거두고 결승으로 진격했다. 매 경기 강자와 겨루면서 정신적으로 지칠 법 했으나 3년 만에 우승 재도전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대회 최대 고비처를 꼽아달라는 말에 역시 박인비와 맞대결이다. 그는 “인비 언니라는 큰 산을 넘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인비 언니를 제치고 올라왔는데 우승 못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언니가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현 천하’의 부활의 선봉장 구실을 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이 이 대회 우승과 더불어 현실에 다가서게 됐다. 김지현은 “지현2도 감이 올라온 것 같더라. 내가 스타트를 끊었으니까 지현천하가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앞서 끝난 3·4위전에서는 김지현2가 김자영에게 4개 홀을 남겨두고 5홀 차 승리를 거두면서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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