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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스브스夜] 'SBS스페셜' 죽은 자와 대화하는 법의관들의 진심 "단 하나의 억울한 죽음도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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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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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ㅣ 김효정 에디터] 매일 시신을 마주하는 법의관들의 진심은?

26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부검실, 한 달의 기록 - 죽은 자에게 삶을 묻다'라는 부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을 최초 공개했다.

언제 어떻게 왜 삶이 끝났는지 무수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죽은 자와 산자가 만나는 곳이 바로 부검실이었다. 그리고 죽은 이들과 매일 만나는 남자는 바로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그는 시신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그가 끝내 전하지 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신에 남은 얼룩인 시반으로 사망 당시 상황을 그려내고 몸에 남은 손상과 흔적으로 죽음의 이유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죽은 이의 몸을 열어 비밀스러운 흔적들을 좇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자의 몸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죽음의 이유이며 삶의 기록이었다.

유성호 교수는 부검을 진행하던 도중 급히 제작진들에게 밖으로 나갈 것을 부탁했다. 이에 유성호 교수는 "시신이 폐결핵이 심한 상태였다. 그래서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급히 나가 달라고 했던 것이다"라며 "과거 에이즈 환자 사망이 많을 때도 폐쇄를 해놓고 출입을 금하면서 부검을 했다. 이런 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국과수를 찾는 시신들은 9천여 구에 달한다. 모두가 죽음의 이유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새벽 이른 시간부터 부검의들은 부검을 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한다. 수술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환경은 모두 죽은 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것들이었다.

부검을 진행하는 한 팀은 법의관이 있고 법의 조사관 3명, 이들 중 두 사람은 법의관을 돕고 1명은 사진 촬영 등을 진행한다. 그리고 부검을 원활하게 진행되길 돕는 이가 1명 총 5명으로 이뤄져 있다.

부검이 진행되기 전 전체적인 손상을 파악하거나 차후 상태 파악을 위해 뇌부터 뼈부터 장기에 대한 영상 부검이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정확하고 면밀한 부검을 돕는 수단이다.

법의관은 사건 개요와 현장 상황을 파악한 후 시신을 보고 부검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부검대에 올려진 시신에 남겨진 손상과 흔적을 확인하는 것으로 부검이 시작된다.

그리고 부검이 시작되면 적게는 50컷 많게는 100여 컷, 부검으로 시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침묵하는 시신과의 대화는 죽은 자의 몸과 법의관의 손만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장기를 드러내고 두개골을 여는 것도 부검실에서는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검실에서 정확하게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밀 검사를 의뢰할 혈액과 몸속 내용물들을 따로 모아두며 부검은 마무리된다. 이후 부검 시신에 대한 면담을 통해 법의관은 시신을 통해 얻어낸 정보들을 경찰이나 가족들에게 전달하면 모든 부검의 절차는 끝이 난다.

범죄에 얽혀 부검실을 찾아오는 시신은 단 5%, 하지만 부검실이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법의관은 "제대로 판단받지 못하는 죽음을 모두 억울한 죽음이라고 본다. 의문이 있는 죽음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해야만 진실을 알 수 있다"라며 "죽은 자가 전해야 할 진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부검실이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부검은 부검실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법의관이 만난 한 여인의 시신은 의문 투성이었다. 넥타이로 목을 메어 죽음에 이르렀다는 여인이 진짜 하고 싶었던 여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법의관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인이 죽음에 이른 경위를 조사했다.

이에 법의관은 "스스로 죽었다면 자살이지만 목을 누군가 조였다면 이건 문제가 크다"라며 사망의 종류를 밝히기 위해 그는 고군분투했다. 이에 법의관은 "사명감이 아니라 의문이 있는데 안 풀리면 뭘 먹다가 목에 걸린 것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시신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해 시신들의 죽음과 연관된 것들을 직접 구입하거나 죽음의 방법을 시뮬레이션하는 등 노력을 통해 그들이 남긴 진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딱 해서 완전히 구름 속에 있다가 이거 저거 잡아내고 하나의 형체가 딱 들어맞을 때 그때 기분은 말로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라며 국내 50명뿐인 법의관의 수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심한 경우에는 현장에서 묘를 파서 그 자리에서 야외에서 관 위에 시신을 올려놓고 부검을 했다. 그런데 그런 시신들은 썩어서 볼 게 별로 없다. 그러면 적어도 엑스레이라도 찍어야 되는데 그게 산에 어디 있겠냐. 그런데 과거에는 정말 그렇게 부검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와 비교해 법의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지금, 국과수 감정처리 건수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법의관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법의관은 "늘 부족하다. 늘 부족하고 힘들고 허덕이면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의관은 "누군가 더 오면 좋겠지만 그에게 내가 그만두지 않도록 잘 서포트를 해줄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라고 했다.

법의관은 법의 조사관과 한 팀이 되어 변사자가 발생하면 그 즉시 현장으로 나가 현장 검안을 진행한다. 이에 법의관은 "일단은 확인 차원에서 나가는 것이다. 항상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라는 법의관이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부검과 달리 눈으로만 봐야 하는 검안에서는 외력에 의한 손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형법상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사인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면 부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법의관의 역할은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국내 법의관은 의뢰가 들어오는 시신만 부검을 하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이것은 잘못된 검안으로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언제부턴가 법의관들은 삶의 격차가 죽음의 격차로 이어지는 시신을 마주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삶도 죽음도 혼자였던 사람들의 비참한 죽음은 언제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때론 죽은 자가 꺼내놓은 진실이 거짓을 벌하기도 하고 죽은 자가 털어놓은 불편하고 아픈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부검실에서 들려온 죽은 자 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산 자들을 향하고 있다.

이에 법의관은 "한 사람이 죽음으로써 끝나는 게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다"라고 했다. 또한 다른 법의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그 자체로 죽음이지만, 이 죽음으로 인해 새로 남은 이들에게 시작되고 있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갈등이든 다 같다"라고 했다.

또 다른 법의관은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바로 바라보면 지금 현재의 삶이 조금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법의관들은 또다시 죽은 자 들과 만났다. 그리고 그들과 또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법의관은 부검실이 편하다고 말했다. 죽은 자와 대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날 부검실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법의관들은 "무겁게 생각하지 말아라. 끌려 들어가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 부검을 앞두고 두근거린다고도 했다.

오늘도 산 자는 죽은 자에게 물을 것이다. 당신은 왜 죽었냐고. 그리고 긴 대화가 끝날 때쯤 죽은 자는 산자에게 물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이 눈부신 날을 어떻게 살 것이냐고. 그렇기에 법의관들은 오늘도 죽은 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단 하나의 억울한 죽음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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