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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HI★까톡] ‘윤서빈→유영현→효린?’ 학교폭력 미투, 의심하고 또 의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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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왼쪽부터 차례로) 윤서빈, 유영현, 효린으로 학교폭력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인정하지 않은 효린의 경우는 의혹을 더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Mnet, 유영현, 효린 SN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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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효린의 학교폭력 이슈가 이틀째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효린 측의 입장 변화와 상대 측 주장의 충돌로 진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연습생 윤서빈, 밴드 잔나비 출신 유영현, 10년차 걸그룹 씨스타 출신 효린으로 연예계 학교폭력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윤서빈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퇴사 및 Mnet '프로듀스X101' 하차를 결정했고, 유영현은 잔나비에서 자진 탈퇴했지만, 효린은 "사실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거쳐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연습생, 인디 밴드, 10년차 가수 등 장르와 연차를 가리지 않고 터진 학교폭력 의혹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유영현처럼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마땅한 비판과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효린처럼 정확한 증거 없이 제기된 의혹은 신중하게 살펴보고 양측의 입장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JYP는 윤서빈과의 계약 해지를 알리며 "회사의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때 담배를 피는 듯한 사진이 논란을 일으켰지만, 학교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후 윤서빈의 일부 팬들은 "학교폭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윤서빈의 중학교 럭비부 코치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영현은 학교폭력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이에 향후 활동 중지를 결정했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잔나비 측은 지난 24일 공식입장을 통해 "유영현은 진심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고, 최정훈 또한 25일 개인 SNS에 "진심으로 저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팀의 리더로서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잔나비 유영현의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고 주장한 또 다른 네티즌은 25일 효린의 15년 전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효린 측은 "15년 전에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가 이 네티즌이 해당 글을 삭제하자 추가 입장을 통해서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명예훼손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전히 처음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을 비롯해 다른 네티즌들이 효린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졸업앨범 등 동창임을 증명하는 사진을 제외하면 학교폭력에 관한 명확한 증거가 없어 진위 감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효린 소속사 측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가 입장이나 입장의 변화는 없다. 효린의 개인적인 입장 표명도 예정돼 있지 않다. (처음 입장에서 언급한) 피해자라 주장하는 네티즌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처음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은 효린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논란이 확산된 이후에 원글을 삭제했다. 그래서 효린 측은 입장을 "확인 중"에서 "강경 대응"으로 번복했다. 효린 측이 추가 입장에서 언급한 "연예인이라는 것을 악용하여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이 무분별한 루머 유포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다.

피해자에게 장기적인 고통을 주는 학교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에게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더욱 엄중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학교폭력 논란은 가볍게 여겨질 수 없고, 실제로 많은 연예 기획사들이 소속 연습생 및 연예인의 학창시절 생활이나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하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2차 가해를 막는 최고의 방법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데뷔하지 않는 것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도 인기의 척도가 된 상황에서 학교폭력 문제가 있는 사람을 데뷔시킬 수 없다. 데뷔 전에 회사 내부적으로 철저한 검증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다. 몇몇 연습생들의 경우 주변인들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 미투 운동의 변질과 왜곡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것처럼 학교폭력 미투를 대할 때도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연예인의 엄중한 잣대에 하지 않은 일까지 포함되진 않는다. 현재 효린을 향해 맹목적인 비난을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진실 공방이 결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인기를 얻었거나 얼굴을 알린 유영현, 윤서빈의 경우와 다르게 효린은 데뷔 10년차 가수다. 효린 측의 대처 방식 또한 유영현, 윤서빈과 다르다. 유영현은 자진 탈퇴했고, 윤서빈은 JYP에서 퇴사했다. 그러나 효린은 법적 대응까지 시사한 만큼 10년 만에 제기된 학교폭력 의혹을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민감한 이슈다. 추가 피해나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그만큼 민감하게 확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모모랜드 주이, 배우 조병규, 드림캐쳐 시연이 학교폭력 루머로 인해 속앓이를 했고, 소속사 또는 본인의 해명을 통해서야 오해를 벗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효린의 이름이 이날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효린과 네티즌의 진실 공방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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