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사설] 대법 “월성 원전 감사 절차 위법”···감사원 반성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를 주도했던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 고영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제 대법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자료를 대량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전 공무원 3명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감사원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위법하게 감사를 진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감사원이 결탁한 ‘표적감사’ 의혹이 짙은 사건이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감사원의 정치화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대법원은 공용전자기록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감사의 위법성을 지적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2019년 국회는 자유한국당 주도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이후 감사원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에 대비해 자료를 대거 삭제했다고 밝혔고, 야당의 고발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수사가 이뤄졌다. 1심에선 혐의가 인정됐으나, 2심은 “삭제한 문서는 업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보관해둔 정보에 불과하고, 중요 문서 상당수는 이미 산업부 내의 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었다”고 범죄의 성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감사 절차의 위법성도 지적됐다. 자료 제출을 문서가 아닌 구두로 요구하고, 제출 당사자를 특정하지도 않았으며, 디지털 포렌식을 할 때도 필요성과 관련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칙까지 어기고 무리하게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당시 감사는 유병호 현 감사위원이 국장 시절 주도했다. 유 감사위원은 지난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일할 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을 일으키며 조은석 당시 감사위원과 충돌한 바 있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감사원의 정치적 편향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어 있다. 월성 원전 자료 삭제 의혹 사건은 윤석열 검찰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충돌로 비화됐었다.

감사원은 대법원 판결에 앞서 “무죄 판결을 파기해 달라”는 의견서까지 냈다고 한다. 사법부를 원망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판결이 지적한 부분을 꼼꼼히 살피고 잘못을 반성하는 게 먼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